안녕하세요!
공주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지르는 사람 3명과 치우는 사람 1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지르는 속도가 치우는 속도보다 빨라서 방은 어지러운 상태입니다. 이론으로만 들어봤던 엔트로피 법칙(정돈된 상태가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답니다.
공주는 영어로 princess가 아니고요. 공부하는 주부(a studying homemaker/housewife)를 줄여서 공주라고 했습니다. 6글자가 2글자로 줄어서 글자수로는 경제적(?)이라 좋지만 속뜻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공주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오해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인정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부라는 단어 앞에는 잘 쓰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주부로 15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주부만큼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하는 직업(?)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야말로 3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주부가 직업이라면 출퇴근 시간도 휴가도 없고 시도때도 없는 야근에 퇴사도 쉽지 않아서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할거에요. 게다가 목숨까지 걸고 해야하는 일까지 있으니까요.(애 낳는게 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출산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부(工夫)를 한자로 찾아보니 장인 공 工 , 지아비 부 夫를 쓰더군요. '학문이나 기술을 닦는 일'이라는 뜻을
갖고 있네요. (언젠가부터 단어를 영어랑 한자로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런데 이게 설명하기에 참 좋더라구요.)
사실 저는 학창시절에 공부에 그다지 취미가 없었습니다. 아니 거의 안했죠. 우습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의 머리가 좋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면서 필기조차 거의 안했으니까요. 결과는 어떤지 상상이 되시겠죠?
그래서 결혼할 때는 좀 똑똑한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섞이면 반정도 될까 하는 생각에...) 저의 목표대로 공부의 재미를 아는 남자를 만났고 결혼을 했고 아이 둘을 낳았습니다.(겁도없이 연년생으로 말이죠.)
어려서부터 저희 부모님은 건강, 음식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전혀 주지 않으셨어요. (저는 그동안 스스로 학습법을 터득하라고 그렇게 하셨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엄마 본인이 공부하라는 말이 싫어서 자식한테도 안했다고 하시네요. 때론 진실을 모르는게 더 나을 때도 있죠.)
그렇게 부모님 말씀을 잘 듣기 위해 대입을 준비해야하는 고등학생 때는 지식을 살찌우지 않고 몸에 살만 찌웠구요.(가장 몸무게가 잘 나갔던 시절) 저희 집에서는 아버지 말씀이 법보다도 강했으니까 살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어요.
요즘 아이 갖기 힘들어서 고생하는 부부들이 많아졌잖아요. 남편을 설득해서 결혼해서 빨리 아이를 갖자고 했고 다행히 금방 임신을 했어요.(결혼 전에 집안 일도 제대로 안한 사람이 무슨 용기로 아이를 가졌는지...)
저는 다 마른 빨래를 개고 있었고 태어난지 한 달도 안된 아이가 옆에서 자고 있었어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는데 "왜 나한테 공부하라고 강요해요? 엄마도 공부 못했으면서 나한테 공부하라고 할 자격이 있어요?"라고 아이가 저한테 말하는 장면이 보였어요. 왠지 처키 영화에서 살아있는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평상시에는 말 못하는 아이로 있다가 둘만 있을 땐 아이가 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말할 것만 같았거든요. (영화를 보진 않았는데 예고편에서 처키의 모습이 제 머릿속에 남아있었나봐요.)
그 이후로 아이와 둘이 있는 게 두려웠어요. 나를 낳기만 했지 엄마로서 할 줄 아는게 뭐냐고 물어볼것만 같았죠. 생각해보니 사실 아무런 공부도 없이 아이만 낳은 게 맞더라구요. 단순하게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냥 엄마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죠.(생물학적인 엄마인거죠.)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엄마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할 것과 알아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죠.
한 아이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이 엄마에 의해서 좌우 된다고 생각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학생 때도 잘 다니지 않던 도서관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기 시작했죠. 너무 많은 책 앞에서 무엇을 읽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우선 엄마니까 육아 관련된 책부터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아이이고 어떤 엄마인지에 따라 너무나도 달라서 뭐가 나한테 맞는지도 모르겠고 왜그렇게 엄마들은 미안해해야 하는지도 물론 모르겠구요.' 아~ 이렇게 힘든 것인줄 알았으면 엄마가 되지 말걸 그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그때 (처키 영화가 생각났던) 이후로 저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공부해야된다는 강박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저는 아이를 어떻게 공부하도록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남편은 학구열이 높은 엄마를 만나서 어려서 공부하는 법(공부의 재미)을 일찍부터 알게 되었구요.
아이들이 크면서 초등학생이 되고 남편과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학습은 습관이 중요하다면서 일찍부터 나쁜 버릇은 고쳐야 한다는 남편의 의견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저의 의견이었죠. (둘의 사이는 좋은 편인데 아이들 문제는 그렇지 않네요.)
저는 아이를 잘 교육할 자신이 없어서 아빠의 교육방식대로 키워보라며 3년 정도 직장도 그만 뒀습니다.
특히나 주변의 교육방식에 영향을 많이 받는 아파트 생활도 정리하고 주택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성적, 등수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면서 아빠의 학력, 직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남편은 이때를 미리 알았었는지 성적표랑 다 모아뒀네요. 예지력이 있나봐요. 제꺼는???? 없네요.)
결혼 후 줄곧 주부로만 살아온 저는 학력이 결혼을 해서도 계속 간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공부를 할 수도 없잖아요. 지금 내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것이었죠.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부담도 덜어줄 수 있구요. (두 아이들 학원비만 해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영어만 학원의 도움을 받고 수학이나 역사 등은 제가 강의도 듣고 책도 보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죠.
그러면서 공부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어쩌면 주부로서의 삶(시댁, 친정, 아이, 남편, 청소에 대한 신경)만 살아서 더 공부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공부라는게 그런가봐요. 공부하는 사람들 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하냐고 하는데 정말 즐거워서 하는 것이라는 걸 저도 조금씩 알겠더군요.
('왜 이제서야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된거야?' 라고 마음속에서는 말했죠.)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징징거릴 때 " 그럼 나랑 바꿀래? 난 설거지 하기 싫은데... "라고 하면 또 그건 안한다고 하네요.
애들도 주부 일이 좋아보이지는 않나봐요. 그래도 주부가 있어야 밥 먹고 깨끗한 옷입고 하는거잖아요.
특히 수학문제를 풀면서 '그래도 아직 기억나는 게 있네.'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문제의 본질을 넓게 보는 눈이 생긴다는 거 같아요. 분명히 저는 20년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모르는 문제를 대하더라도 '못푸는게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풀수는 있을거야'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주부로 17년을 산다는 특히나 답도 없는 일, 아니 뻔히 아닌것도 해야만 하는 일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것이 인생공부겠죠?
저는 분명 살림, 육아는 못하는 주부입니다. 그러나 영어, 수학은 공부하면 잘 할 수 있는 주부입니다.
단지 학생 때 이런 마음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다시 공부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 아이들에게 참 고맙네요. 아이가 없었다면 다시 책을 펼칠 일도 없었을테니까요.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와 수학공부를 함께 하고나서 본 시험은 100점을 맞은 유일한 시험이에요.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기분은 좋네요.)
아이를 보면서 공부의 재미를 느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공부하는 애들은 덜해도 되는데 자꾸 더 하고 공부 안하는 애들을 좀 해야하는데 안하는 건
제대로 한번 해본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공부는 학원에 전적으로 맡기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바쁘시겠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저희는 두 아이를 경험해보니까 나랑 맞는 아이, 아빠랑 맞는 아이가 있더라구요. 저는 첫째 아이의 공부를 하고 남편은 둘째 아이의 공부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둘째 아이와는 공부를 함께 하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둘째 공부는 자신이 돕겠다고 하더군요.
공부에는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