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디어 파사드,
약자 지역과 함께 동행하라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가동될 미디어파사드, 과연 아름다운가?

  미디어 파사드약자 지역과 함께 동행하라           

 강남역 사거리의 미디어 파사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장면처럼 화려하다 못해 슬프다. 2020년 디스트릭트가 제작한 코엑스 앞 ‘웨이브’ 전시가 화제에 오르면서 도시의 벽, 거리의 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얼을 맞이하여 미디어시티 서울의 비전으로 담아 서울시에서 만들었던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보냈던 우려는 어느새 사라졌다. 미디어 작품을 사주는 곳이 없어서 타 장르의 작가보다 어렵다던 미디어 작업 작가의 창작현실은 이제, 정 반대로 바뀌었다. 

2018년 제주도에 설치된 ‘빛의 벙커 ’ 미디어 전시 또한 대박이 나면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인증을 즐기는 SNS수요가 맞아 떨어져 미디어전시기법은 각광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디어 전시 현황을 살펴만 봐도 빛의 도시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광주는 비엔날레 전시관 벽을 미디어 파사드로 삼아 전시중이다. 인천 개항장, 제천 의림지, 대전 한빛탑, 창경궁 춘당지, DMZ 등등 미디어 파사드 전시는 차고 넘친다. 

다가오는 8월6일 개장 예정인 광화문 광장 또한 미디어 파사드가 중복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외벽에 코엑스의 아디움에 설치된 미디어 캔바스와 유사한 설치물이 장식되어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에서 ‘광화시대’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전시를 한 바 있다. 궁중축전을 비롯, 야간 개방 등 광화문 자체를 활용하거나 광화문 좌우 긴 벽을 활용한 미디어 맵핑 작업을 선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시에서는 ‘디지털감성도시 서울’을 슬로건으로 삼아 광화문과 노들섬을 주요 미디어 전시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벽면과 KT 외벽에도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 중이고, 광화문 광장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비스듬한 해치광장 양쪽 벽에도 디지털 미디어 캔바스를 준비 중이다. 

문체부는 문체부대로, 서울시 안에서도 문화본부 디자인과와 도시재생본부 역사도심재생과 각  부처대로 광화문의 정체성을 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어낼 양으로 전시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상상해 보라. 광화문 앞에 서있는데 왼쪽 역사박물관에서는 오방색의 전통문양이 꽃처럼 피어나고, 오른쪽의 세종문화회관 벽에서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미디어로 전시된다고 한들 과연 아름다울까?          

지하로 내려가는 동선을 따라서 좌우로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르는 대한민국의 사계가 펼쳐진다고 한들 그것이 조화롭게 다가올지 나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광화문 지역 내 미디어 콘텐츠의 부처간 통합 큐레이션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상호 조정과 협력 없이 서로가 자기 성과만 내겠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  

          

   

  서울시에서는 사회적 약자 동행을 정책 방향으로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미디어 파사드 전시 경우에도 지역적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문화재단에서 조사한 2020 서울시민 문화향유실태 조사를 보면 권역에 따른 문화예술관람율의 경우 전체 평균이 63.2%인데 비해 도심권은 64.5%이고 서남권은 58.8% 로 가장 낮다. 서남권은 전국 편의점 매출 지도 경우 삼각김밥 매출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산디지컬단지역이 있는 권역이다. 문화기본권이 작동된다면 미디어파사드 약자 지역까지 골고루 설치되어야 한다. 보통 시민들이 예술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 세 가지가 가격이 비싸서, 근처에 문화시설이 없어서, 접할 기회가 적어서인 경우라 더더욱 그렇다.           

시민들은 도심권보다 생활권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길 원하고 있다. 자기만 최고라고 뽐내거나 겹치기 전시보다는 서로 조율해 조화로운 전시, 미디어 약자도 고려해 한 번도 노출된 적 없었던 서울의 서남권, 혹은 동북권 같은 지역도 함께 동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의 이전글 수(守) 그리고 파(破)를 넘어, 리(離)의 세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