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저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공식적인 공간에 글을 쓰게 된 이상,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밝히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유명한 사람이라면 굳이 본인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작가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고, 따라서 간혹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이 기회에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는 게 맞겠네요. 그런데 이 작업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무려 1년이 지나서야 저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노마드의 영혼으로 자본주의 세계를 표류하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몇 년 전부터 ‘노마드(유목민)’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예전 단어로 바꾸면 ‘방랑자’나 ‘유랑자’에 해당할 것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니고 있어 어떤 사회나 고정관념, 물리적 공간에 속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죠.
그렇게 본다면 저는 그야말로 ‘내추럴 본 노마드’입니다. 권위를 싫어하고 반골 기질이 있고 기존 체제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성공이나 지위, 재산에 관심이 없고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용하지만 자유롭게 살고 싶었으니까요. 적어도 스물 일곱 살까지의 저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저의 내면은 여전히 노마드입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저는 매우 자본주의적인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도 활발하게 하고 재테크 책이나 경제 관련 책도 자주 읽고 있습니다. 14만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그 채널에서는 주로 재테크나 경제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부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고 돈이 돈을 벌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뼛속까지 자본주의와 동화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런 모든 활동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던져져서 그 안에서 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자, 하게 된 일들이기 때문이죠.
저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돈 버는 일’을 하지 않아도 가족과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은 갖췄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에 감사하면서 매일 일정 시간은 제가 정말로 관심이 있는 철학이나 인문학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지만 두려움이 많아 세속적 삶을 선택했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후정서적, 물질적 결핍에서 벗어났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네요. 최소한의 돈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