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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 일기 Dec 04. 2020

(#092) 2018. 10. 10

Triacastela 23.5km

가장 높이 오르는 일은 무엇보다 어렵다. 단숨에 이룰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지나 온 길이 눈에 밟히고 몸은 갈수록 힘이 든다. 홀로 고독에 휩싸이면 함께 걷고자 했던 이도 의식 너머로 멀어져 버린다.

그렇게 가쁜 숨을 몰아쉬다 허리를 펴니 끝이 보인다. 언제 이렇게 높이 올랐나 놀랍지만 매분 매초를 충실하게 걸어서 쌓은 보상이라 생각한다. 정상에서 부는 바람이 매섭다. 코끝은 금방 붉어지고 우리는 그만 가슴이 먹먹해져 그곳에서 오래 머물렀다.

오 세브레이로 정상에서 만난 청동상.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c)밀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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