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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30. 2019

상실이 남기고 간 것들,<쁘띠 아만다>

남은 이들은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Amanda,2018>


 어쩌다 표를 받아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차 시간까지 늦춰가면서. 급하게 찾아봤는데 무려 뱅상이 나온다고 해서 보기로 했다. 뱅상 라코스테의 연기를 <쏘리 엔젤>때 처음 보았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쁘띠 아만다에서는 아만다의 젊은 삼촌 다비드 역할을 맡았다. 혼란스럽고 슬프지만 책임감을 가져야 할때, 그 부담감, 나약함,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강인함까지. 배우 뱅상 라코스테의 폭넓은 연기력을 즐길 수 있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프랑스 영화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을까? 예술 영화의 성지. 그 유명한 칸 영화제부터 영화로 유명한 나라임에 분명하나, 어렵고 불편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칸의 포디엄 제일 높은 곳은 가족적인 색이 빠지지 않는다. 작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가족>도, 이번 수상작인 <기생충>도. 예술의 폭을 넓게 인정하는 나라일뿐, 절대 이해하기 힘든 영화들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이 영화는 대중적인 가족영화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접하는 눈물 뽑아내기식 영화와 장르는 같으나, 유럽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쁘띠 아만다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파하는 건 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상실 후의 삶은 절대 이전과 같을 수 없지만, 또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슬프게도, 행복하게도 만들 것이기 때문에. 극복은 그 길에 발을 딛는 것부터 시작된다.



 


미카엘 허스 감독의 작품. 재난처럼 찾아온 사고 후 극복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했는데, 상영 전 전혀 정보 없이 보고간 나에게 영화 초반의 상실은 꽤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마치 갑자기 엄마를 잃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어린 아만다의 머릿속처럼. 스물 네살의 다비드는 하나뿐인 누나와 허물없게 지내고 있다. 누나의 어린 딸인 아만다와는 가끔 귀가길을 함께하는 식이다. 어느날 예고 없이 찾아온 누나의 죽음은 아직 이십대 초반인 다비드와 일곱살의 딸 아만다에게 크나큰 상처다. 슬픔을 삼킬 틈도 없이 그들에게는 많은 현실적 문제가 닥친다. 아만다의 양육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비드는 갑자기 맡게된 양육자의 역할이 부담스럽고, 아만다는 자꾸만 바뀌는 집과 사람들에 불안함을 느낀다. 두 사람은 나아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한다.


영화 스틸컷


두 사람의 감정은 어느하나 쉬운 것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누나는 잘 지내냐며 물어볼때, 입가에 담긴 말이 고인다. 모두가 누나의 죽음에 남겨진 어린 아만다를 걱정한다. 다비드는 극심한 혼란을 느낀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후회하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고를 수가 없다. 부채감이 쉼없이 다가온다. 갑작스럽게 아만다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되고, 모두가 그들을 안쓰러워하지만 정작 다비드의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 아만다는 바뀐 환경과 엄마의 부재에 변덕스럽고 예민하게 군다. 아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가? 이제 막 어른이 되었을 뿐이다. 다비드는 친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어버린다.


영화 스틸컷

상실이 남기고 간 것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인생의 어느때든 힘들고 아픈일이다. 영화는 외면함으로 상처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딫히고 아파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숙명이기에, 의지할 곳이 사라진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믿고 일어서야 한다. 함께하는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찾아가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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