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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Oct 13. 2022

중고서점 플렉스

중고서점 /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곳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한참 못돼도 서점은 참 좋아한다. 시간이 많을 때 교보문고에 가서 책 구경 반, 문구 구경 반하며 부리는 여유를 사랑한다. 그런 내가 몇 년 전부터 꽤 맘에 들어 종종 들르는 공간이 있다. 바로 기흥 롯데 아울렛 2층 한쪽에 붙어있는 예스24 중고서점. 이곳의 책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 그 사람의 소유가 되었다가 다양한 이유로 다시 이곳에서 자신을 읽어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읽고(혹은 사고) 싶은 책을 메모장에 적어두곤 한다. 그런 책이 5권쯤 모이면 중고서점에 가고 싶어 한참 발을 동동거린다. 사고 싶은 책이 여러 권 쌓이고, 마침 아이가 학교 끝나고 학원까지 가는 날인 데다가, 운전을 하겠다는 마음까지 먹으면 나는 어느새 이곳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기엔 서점보다는 중고서점이 마음 편하다. 읽어보고 싶은 책을 덮어놓고 살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아서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는 신중해진다. 하지만 중고서점에서는 마음이 좀 너그럽다. 가격 덕이겠지. 책은 누가 몇 번 읽었다고 해서 기능상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중고라는 점에 별로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예스24 중고서점은 책 읽는 공간 반대편으로 보이는 통창의 뷰가 훌륭한 곳이다

이곳에 가기 전에는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팔 만한 책을 골라두어야 한다. 재밌게 읽긴 했지만 계속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되겠다 싶은 경우의 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책을 팔면 적립금을 주는데 이걸로 다른 책을 살 수 있으니 책을 맞교환한다 생각하면 좋다. 팔 책 3권 들고 가서 살 책 5권 들고 오는 곳, 여긴 그런 곳이다.  

함께 간 친한 언니와 나는 흩어져서 각자 책을 고른다. 메모장의 책을 야무지게 고른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좋지만, 여기서는 더 부담 없이 책을 고를 수 있어 더 좋아요. 서점에서는 살까 말까 하는 생각을 5번쯤 한다면, 여기서 2번도 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지금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는 찾기 힘들다. (그런 책은 서점에서 찾아주세요^^) 대신 한물간 베스트셀러는 아주 쌓여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산 책일수록 다시 내놓는 경우도 많으니까. 특히 소설이나 에세이, 유행에 민감한 자기 계발서 등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책 중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절판된 책이 있는 경우가 있어 무조건 하루키 책부터 검색했는데, 이젠 그것도 좀 시들해졌다. 대신 요즘엔 눈여겨보는 작가의 책을 검색해서 있는 경우 사 오는 편이다.



이번에 사 온 책 목록이다. 한참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 문유석 전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김영하 산문 <읽다>,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 그리고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산 슬로우어스 작가의 <The POSTER BOOK>. 책장이 채워지니 마음 또한 가득 찬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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