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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oo Feb 22. 2021

내 마지막 아이돌은 H.O.T. 일 줄 알았다

어쩌자고 그를 봐버렸나

2020년 12월 17일, 덕후 8일 차 아침이 밝았다. 비몽사몽 간에 휴대폰을 들어 위버스에 접속한다. 팬들이 올려놓은 사진과 짤들이 흐렸던 의식을 깨운다. 월드 와이드 핸섬이라더니 역시 반쯤 감은 눈으로 봐도 잘생겼다.


아이돌, 인디밴드, 연극·뮤지컬을 거쳐 다시 아이돌 덕후가 됐다. 그 이름도 유명한 '아미'가 된 것이다...! 재택근무, 집합 금지로 무료한 집콕 생활 중 만난 Epiphany 무대가 시작이었다. 노래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생긴 애가 부른 줄은 몰랐다. 모를 거면 끝까지 몰랐어야지... 모르고 산 세월이 분했다. 광광 우는 내게 짱친 아미는 말했다. "우릴 망치러 온 구원자들이야. 어덕행덕하자."

"연예인 좋아해서 뭐 해? 돈 들여서 앨범 사고 콘서트 가면 그들이 알아줘? 알아준다 쳐. 그다음은?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난 이해가 안 돼." 우리의 덕덕한 수다를 듣고 있던 머글 친구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거? 많이 웃어." 퍽퍽한 삶에 웃음과 즐거움을 주니 얼마나 좋은가. 한 번 웃을 거 두 번 웃어서 행복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데 얼마나 대단한가.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휴덕기는 있었지만 탈덕은 없었던 내 인생이 그래서 좋다.


덕생과 현생이 균형을 이뤄야 행복하거늘, 아직은 입덕 초기라 덕라밸 유지가 쉽지 않다. 떡밥은 또 얼마나 많은지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한다. 좋으면서 두렵다. 생활의 활력소가 생겼지만 너무 깊이 빠질까봐. 현망진창 그거 좀 해봐서 알거든..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혼란함을 일단은 좀 더 즐겨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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