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여행 멤버를 정하고 통보하다
2018년 봄.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날이었다. 그저 아이를 낳고 육아하며 매일 반복되는 날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곳을 떠나고 싶었다.
특히 아이는 누군가에게 맡긴 상태로 자유롭게.
문득 2번째 여행지였던 태국 치앙마이 러이끄라통 축제가 생각났다. 그곳에서 보고 겪은 것은 나에게는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축제 마지막 날 밤하늘에는 내내 수많은 풍등이 바람에 휘날렸고, 강가에는 등불들이 끝없이 물결을 따라 흘러갔다. 차량이 통제된 길거리는 태국 전통복을 입고 춤추는 퍼레이드 행렬이 있었고, 그 옆에는 야시장이 일렬로 끝없이 펼쳐졌다. 온갖 현지 음식을 하나씩 골라 먹으니 배가 금세 불렀다. 축제를 즐기러 온 수많은 사람들은 눈만 마주쳐도 서로 환하게 웃었다.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축제로 알려진 11월의 러이끄라통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태국의 새해에 치러지는 4월의 송크란은 어떤 모습일까? 태국에서 제일 크다는 송크란은 물을 뿌린다는데 어떤 느낌일까?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재미있게 즐겼던 러이끄라통은 태국에서 2번째로 큰 축제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렇다면 태국에서 제일 큰 축제는 얼마나 크고 재미있을까?
그래, 송크란을 보러 가야겠다.
나는 축제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국내도 아닌 해외여행이다. 무려 해외여행!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남아 여행이 아니라 송크란을 위해 가는 여행이었기에 자유여행으로 일정을 짜야했다. 태국 송크란은 매년 4월에 진행하는데, 그 주간은 태국의 최대 규모 행사에 수많은 태국인들이 쉬는 날이며 전 세계에서도 여행객들이 다 찾아온다. 그래서 여행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여행 비용도 만만치 않고, 아무리 사이좋은 친구여도 같이 여행 가서 사이 틀어지고 온다는데 과연 어떤 사람과 함께 가야 괜찮을까? 누구랑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지하게 검토해봤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나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오로지 여행을 같이 갈 수 있는 사람! 같이 갈만한 사람! 누가 있을까?
때마침 핸드폰 화면에는 결성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단체톡이 보였다. 바로 4명으로 구성된 육아맘 단체 톡. 그중 2명은 미혼 때부터 5년 이상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고 나머지 1명은 육아로 알게 된 새로운 인연이었다.
4명이라니 어쩌면 이렇게 딱 알맞고 좋지? 꽃보다 할배도 4명이었고, 꽃보다 누나 역시 4명의 멤버였다. 방 두 개 잡으면 되고, 두 명씩 짝지어 다닐 수 있으며 테이블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딱 좋은 숫자다.
진아 언니와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미연 언니와 라미는 첫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나는 재빠르게 임신한 두 사람의 출산예정일과 여행 일정을 계산해보았다. 제일 마지막으로 출산하는 라미는 2018년 10월에 출산한다. 여행은 다음 해인 2019년 4월. 그때쯤이면 아이가 생후 6개월이다. 생후 6개월이면 남편이든 친정이든 어디든 맡기고 여행가도 괜찮겠는데? 같이 가야겠다.
미연 언니와 라미는 원래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진아 언니는 새로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지만 만나서 이야기해볼 때는 느낌이 참 좋은 언니였으니까 같이 여행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함께 가기로 결정한 여행 멤버는 진아 언니, 미연 언니, 라미. 그리고 나였다.
언니들, 그리고 동생아,
송크란에 같이 가자!
특히, 라미 너는 무조건 나랑 같이 가야 해.
나는 그렇게 저질렀다.
지금에 와서 결과를 말하자면,
나는 이 멤버 그대로 여행을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