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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근노근 Aug 16. 2021

나의 원고 투고기 4 - 나는 책을 낼 수 있을까?

나의 투고, 출판사의 답변

  사람들 몰래 원고 투고를 했었다. 안 되면 쪽팔리니깐 몰래. 이는 투고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그 네 번째.


나의 투고, 출판사의 답변


  첫 투고의 쓰라림을 뒤로 하고 다시 열 두세 곳에 투고를 했다. 금요일 밤에 투고를 했으니, 웬만하면 주말에 답이 오지 않을 일이었다. 보통 그때는 출판사 편집자들도 쉬지 않겠나. 그런데도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는가. 그 주말에도 얼마나 메일함을 열었다 닫았다 했는지. 메일이 안 온 걸 확인하고는, 수신 확인함에 가서 내 메일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까지 찾아 확인했다. 속세에 전혀 초연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그런, 초연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흔하디 흔한 보통놈이다.


  그렇게 총 두 주에 걸쳐 스물 대여섯 곳에 투고를 했는데, 그렇다면 답변이 온 곳은 한 곳도 없을까? 일단 대부분의 출판사는, ‘읽씹’이었다. ‘읽씹’하는 출판사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아무리 작은 1인 출판사라도 하루에 원고가 최소 5~6개가 온다고 하니, 중대형 출판사는 오죽 하겠나.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어떤 곳은 투고를 하자마자 답메일이 오는 곳도 있었다. 아마도 자동 답메일 시스템인 것 같았다. 요지는 ‘잘 접수 됐으니 검토하고 알려주겠다’였고, 검토는 했는지 모르겠으나 알려주진 않았다.


  그래도 답메일이 온 출판사는, 다들 친절했다. 그렇다. 친절하게 예를 갖춰 거절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안녕하세요, 곽노근 선생님.

   **출판사입니다. 먼저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뜻깊은 원고의 출간을 제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내 주신 <거침없이 교육> 기획안과 원고는 잘 살펴보았습니다. 기획안과 원고를 검토하고 논의한 결과, 저희 출판사로서는 이 기획의 콘셉트와 강점을 잘 살려 이끌어 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출판사에 소중한 기획을 제안해 주셔서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또 다른 기회로 인사 드릴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출판사 드림”


  삐딱하게 생각하지 않으련다. 그래도 이 정도 문구를 만들고 다듬은 출판사의 배려에 (물론 모든 거절 답변을 이렇게 하겠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답변이 온 메일은 하나도 없었을까? 아주 작은 곳에서도 희망을 찾아 ‘발굴’하자면, 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한 출판사에는, 일부러 피드백을 바란다는 뜻을 넌지시 비췄고, 답은 이렇게 왔다.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원고를 잘 보았습니다.

정리가 잘되었고, 현장감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저희 출판사는 출간 종수도 많지 않고

계약된 원고 출간이 밀려 있어서

새로운 책을 적극적으로 기획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간이 어렵겠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요즘 EBS에서 단행본 출판사를 설립하여(EBS북스?)

교육관련 원고를 받고 있다고 하니

그쪽에 한 번 컨텍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답변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출판사 대표  드림”


  비록, 내 원고를 다른 곳으로 떠넘겼지만, “정리가 잘되었고, 현장감이 느껴지는 글”이라는 내 글에 대한 코멘트는 나를 다소간 들뜨게 했다. 그래, 기어코 아주 사소한 단어들에 집착했다는 거 아는데, 실낱 같은 희망 하나라도 붙잡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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