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책방’과의 첫 만남
사람들 몰래 원고 투고를 했었다. 안 되면 쪽팔리니깐 몰래. 이는 투고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그 여섯 번째.
"안녕하세요, 정한책방인데요."
순간 나는 얼었다. 이내 심장이 쿵쾅 쿵쾅.
"아, 예, 안녕하세요!"
"투고하신 원고를 봤는데요. 음... 저희가 낸 교육관련 책이랑 조금 다른 성향의 글이라서요. 어떤 글들은 조금 위험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정한책방에서 이런 책도 내?' 할 것도 같아서."
조금 신중한 목소리였다. 순간 '내 글이 위험한가?' 생각이 들면서, 유시민 관련 글, 박원순 관련 글이 떠올랐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멋모르고 제멋대로 감당못할, 막 쓴 글들이 좀 있다.
"혹시 저희 출판사는 알고 투고하신 건가요?"
"네,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 한 내용이 있길래 쭉 읽어봤고. 책 목록도 쭉 살펴봤는데, 왜 책을 보면 대충 출판사의 성향이 느껴지잖아요. 문익환 목사의 '히브리 민중사'라던지.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만화 작가 중에 최규석이 있는데 최규석이 공동저자로 들어간 책도 있더라고요."
그랬다. 작은 출판사였지만 '정한책방'은 투고한 출판사 중 비교적 호감도가 있던 곳이었고, 바로 그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니, 감개가 무량하지 않을 재간이 있나.
"음...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언제까지 연락드리면 될까요? 혹시 다른 출판사 연락 온 게 있으신가요?"
보통 이럴 때 내가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연락 온 곳도 있고, 고로 빨리 연락을 달라, 고 뻥도 좀 치고 그러는 것 같더만.
"아니요, 아무데도 없어요."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그럼 이번주 안으로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쿨하게 그러시라고 하긴 했는데, 이런, 그 길고 긴 시간을 또 어떻게 버티나. 다시 시작되었다, 안절부절 한 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