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식사는 떡국이지... ㅎㅎ
새해 첫날은 떡국이지... ㅎㅎㅎ
어제(2023. 12. 31) 밤 11시가 넘어 올해 마지막 손님과 공항에서 작별했다.
80이 넘은 노부부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는 길에 내게 몇 가지 간편 조리 음식들을 줬다.
할머니가 "내일 이거라도 챙겨 먹어" 하면서 애매한 표정으로 떡국을 포함한 즉석요리 몇 개를 주셨다.
"건강하게 잘 살아, 자네 덕에 너무 좋은 여행을 했어." 하기에,
"내년에 또 오세요" 했더니 대답은 않고 웃기만 했다.
옆에서 먼산을 보던 어르신이 내게 악수를 청하고는 "어서 빨리 와!!" 하며
잰걸음으로 출국장으로 먼저 들어갔다.
두발의 보폭이 달라 엉거주춤하게 걷는 모습이 무척 낯익었다.
위풍당당해 보이고 싶은데 그게 되지 않는 그 걸음세...
마지막으로 봤던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오버랩되는 느낌이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이걸 계속해야 하나?"
"내가 이걸 계속하는 게 맞나?"
살면서 꽤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그중 지금 하는 이 일이 두 번째로 오래 한 일이다.
나는 게으른 운명론자여서 직업을 고를 때도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윤리적인 딜레마가 없고 보람 있는 일이라면 수익이 적어도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런 일 중 하나다.
일을 하며 겪는 스트레스와 피로는 가끔 절망으로 몰아넣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 좋은 여행을 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꽤 보람된 일이다.
어제 떠났던 어르신들처럼 나로 인해 행복한 여행을 하는 손님들을 볼 때면
'아직 조금은 더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을 써서 올렸다.
올해도 하려 했는데 생각같이 되지 않았다.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훨씬 바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이맘때 나는 제주도에서 눈을 맞으며 마지막으로 종합운동장 수영장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의 막막함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은 나은 편이다.
새해 아침 혼자 떡국을 먹다가 문득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세부에 처음 들어와 말공부를 시작할 때 책상에 써붙여 놓은 글이다.
유치한 문구지만 16년이 지난 지금도 난 이 말에 믿음을 가진다.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길 바라며 암울했던 당시에
힘이 됐던 문장을 다시 여기 적는다.
이렇게 되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