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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May 24. 2024

어떤 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시인: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법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니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필사)



아침에 비가 내렸다.

여름이 끝나간다는 신호다.

우리 동네에는 줄잡아 50일 이상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의 비는 108년 만의 최고 더위라고 호들갑을 떨던 

2024년 필리핀 중부지역의 건기가 끝나는 신호점이 아닌가 한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시를 감상했다.

지인이 늙은 게시판에 시를 올렸다.

본문과 더불어 아름다운 댓글이 달려 있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라니....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첫 구절

"연탄재....." 만큼 내겐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나이를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것 한두 개는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여운이 깊은 것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의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인이 지난달 이승을 마감하셨다고 한다.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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