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오르게 된 이유...
앞으로 써내려 갈 몇 편의 글은 지금까지 내 짧은 인생에서 가장 빛났으며, 외로웠고 또 웃고 울었던 1년 8개월 동안의 여행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내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써보려고 한다.
2014년 4월 29일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전역의 날이 드디어 내게도 다가왔다, 전역을 하고 나서 다시 사회에 내던져질 때 왠지 모를 엄청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지만 이 자신감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며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많은 부분 공감할 것이다. 나는 공군에서 군 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병장의 계급으로 6개월을 보내는 아주 길고 긴 선임 생활을 보내야 했다.
남는 시간이 너무 많다 보니 허구한 날 군대 사람들과 쇠질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걸그룹 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집어 든 책 2권이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여행의 꿈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 책은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이었고, 그냥 심심해서 읽게 된 책은 나름 무역학을 전공하며, 미래에 막연하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아기자기한 야망을 품은 나로 하여금 미친 듯이 빠져들게 하였다. 책을 읽으며 그림책을 보는 듯이 작가가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경험담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졌다.
두 번째 책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우리 학교 선배님이 중국에서 사업을 일구시며 성공한 기업가로서 느낀 점들을 풀어낸 내용의 책이었다. 그렇게 이 2권의 책은 나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게 하였다.
나는 그 후로 세계여행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과 경비 그리고 방법들에 대해서 파헤치기 시작했었다. 보통의 세계 여행자들이 1년을 여행하는데 평균 1500만 원~2000만 원 정도를 지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2년 동안 여행을 할 생각(부모님한테는 1년만 하고 돌아온다고 대충 둘러댐)이었기에 산술적으로는 1년 여행 경비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 경비를 다 모으고 출발하기 위해서는 결국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포기하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고 있다가 우연히 여행에 미치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게 되었고( 그때 당시만 해도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가 지금처럼 이렇게 유명한 커뮤니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100만 원 혹은 300만 정도의 턱없이 부족한 경비로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여행자들의 애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군대 버프를 제대로 받은 나로서는 저 사람들도 하는데 내가 못하겠어?라는 생각으로 한 한기를 허겁지겁 마친 뒤, 3개월 동안 헬스장 아르바이트와 서양식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며 300만 원의 정도의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168만 원 정도의 자금만 남게 되었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미 자신 있게 그리고 아주 허세 넘치게 나의 여행에 대해서 설명했던 것과는 다르게 막상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까 마음 한편에서는 "아... xx 갔다가 한 2달도 안돼서 돌아오는 거 아니야? “ ”내가 이 돈 가지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여행에 대한 수많은 장밋빛 환상과 군대 버프 그리고 자존심상 이미 떠벌려놓은 것들을 주워 담을 수는 없기에 자신감, 허세, 기대감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여러 가지 감정을 품고 1년 8개월의 첫 시작점으로 캄보디아 행 비행기를 끊고 몸을 실었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