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룩 업'
프랑스의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올 것이다’는 예언을 남겼습니다. 후대의 점성가와 예언가들은 이 예언을 두고 지구에 종말이 올 거라는 종말론을 펼쳤죠. 실제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에는 이 종말론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수많은 음모론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정작 예언 시간인 1999년 7월 24일 오후 5시가 되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예언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끝났지만 당시 사람들 사이에선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만약 지금 수개월 내에 지구에 종말이 온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가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천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는 위성사진을 보던 중 전에는 보지 못했던 혜성 하나를 발견합니다. 이 소식을 대학원 동기들과 지도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에게 알리죠. 그들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것에 흥분하며 그 혜성에게 ‘디비아스키'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때 한 대학원생이 “궤도와 혜성의 속도를 어떻게 알아내냐"는 질문을 하는데요. 이에 랜들 교수는 직접 계산해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는데요. 너비가 5~10km나 되는 그 거대한 행성이 정확히 6개월 14일 후 지구와 충돌할 거라는 예측이었죠.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제일 먼저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 분)에게 알렸지만 예상한 것과는 반응이 달랐습니다. 6개월 뒤에 모두 다 죽을 거라는 말에도 상황의 심각성을 따지기보다 돌아오는 자신의 선거에 영향이 있을까 우려했죠. 그리고 케이트와 랜들의 출신을 들먹이며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자는 말을 합니다.
대통령의 반응에 분노한 그들은 언론에 먼저 알리자며 인기 TV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에 나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 분)와 잭(타일러 페리 분)의 반응도 대통령과 다르지 않았는데요. 그냥 하나의 가십이라고 치부하는 듯 웃고 떠들기 바빴습니다.
참다못한 케이트가 “지금 이게 웃고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6개월 후에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소리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이런 케이트의 말에도 사람들은 단지 그가 방송에서 욕을 하고 화를 낸 것에만 주목하며 그 영상을 짤로 만들어 조롱합니다.
어떻게든 세상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려는 케이티와 랜들. ‘혜성 충돌? 나는 모르겠고’ 일단 내 지지율에만 관심 있는 대통령 올리언. 그리고 혜성 충돌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업가와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 이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영화 ‘빅쇼트'와 ‘바이스'로 우리에게 알려진 아담 맥케이 감독이 이번에는 지구 종말이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6개월 뒤 다 죽는다는데도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풍자하고 있죠. 이는 이익만 쫓다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은 채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은데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재미도 있고 연기도 일품인데 보고 나면 왠지 울적해진다', ‘진짜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웃다가 서늘해진다’라는 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끌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와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이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놓칠 수 없겠죠.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왠지 뿌듯한 장면이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혜성과 관련한 중대 발표가 전 세계로 방영될 때 서울역의 대합실이나 사찰이 나오기도 하고 극 중에서 톱스타로 분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티켓을 구입하는 장면에서 한국어가 등장하기도 하죠. 영화 속에서 한국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두 개의 쿠키 영상을 남겼는데요. 엔딩크래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