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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y 27. 2022

죽을 날까지 마지막 6개월, 예상 못 한 변수가 생겼다

영화 '미 비포 유'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기사를 하나 봤는데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치료 효과는 없고 그저 죽음을 연장하는 ‘연명 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100만명 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연명 의료’ 중단에는 환자 본인이 결정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가족이 결정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가족이 결정하는 경우가 58%라고 합니다. 삶에 있어서 유일하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죽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기사를 보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원작 소설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영화로 개봉된 이후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는데요. 무엇보다도 ‘존엄사’라는 화두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을 겁니다. 단순히 로맨스 영화라 생각하고 봤다가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메시지에 묵직한 감동을 받게 되는 영화 ‘미 비포 유’입니다.  


하루아침에 전신 마비 환자가 된 윌(샘 클라플린 분)과 그를 병간호하기 위해 고용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분).


집에서 실질적인 가장인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분)는 6년 동안 일해 온 카페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자 백수가 되었습니다. 똑같이 직장을 잃은 아버지와 미혼모인 동생, 가족 중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그녀는 동생이 다시 대학에 다니고 싶어 하자 일자리를 알아보는데요. 경제 침체 시기에 특별한 기술도 없던 그녀를 써줄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때 자신이 받던 시급보다 훨씬 많이 준다는 곳을 찾았는데요. 그건 바로 전신 마비 환자를 6개월 동안 돌보는 것이었죠. 병간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출근한 그녀는 첫날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까칠하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한 윌(샘 클라플린 분)에게 질릴 정도였죠.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딱 6개월만 버티자고 다짐합니다.


이 남자에게도 사정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빛이 나는 외모에 잘 나가던 사업가였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날 그 오토바이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요. 쾌활하고 매력적이었던 그를 시니컬하고 비관적으로 바꾼 것도 모두 이 사고 때문이었죠.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던 그들이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남녀 사이의 호감을 넘어서는 감정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윌은 그녀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루이자는 그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주변인으로서 사는 삶이 아닌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서는 법을 알게 되죠. 하지만 둘 사이의 이런 행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루이자는 죽음을 준비하는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루이자는 6개월이라는 기간이 그가 삶을 끝내기 전 가족들과 자신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채는데요.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 자신이 삶을 지속할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어필하지만 그건 그가 그녀에게 짐이 될 거라는 점을 상기시킬 뿐이었습니다.


보통 우리가 아는 전개라면 죽음을 선택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마음을 돌리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갈법한데요. 이 영화는 주인공 윌이 자신이 선택한 대로 삶을 마무리하도록 하죠.


윌은 사고가 난 이후 “이건 내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요. 내가 평생 나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나’도 ‘나'로 정의하고 살아갈지 윌처럼 삶을 자기 뜻대로 정리할지는 아직도 많은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루이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떠난 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윌이 루이자에게 남긴 편지가 인상적인데요. 그녀에게 조금의 유산을 남기며 가족과 돈에 얽매이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걸 찾아 살라는 내용이었죠. 항상 틀에 갇혀있던 루이자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볼 기회를 주고 싶었던 윌의 마지막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며 영화는 끝을 맺게 됩니다. 마지막 엔딩크래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만큼이나 OST 맛집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에드 시런의 Photograph와 이매진 드래곤스 Not Today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는 맥스 주리의 Numb이라는 곡이 좋았습니다.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주니 OST 앨범도 한 번쯤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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