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츠키 사회문화인지발달이론과 비계(발판화)
대학원 다닐 때, 잠시 사고력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이 선행학습이었어요.
물론 겨울 방학 때, 다음 학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이후 학교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예습이 되겠죠. 그러나 제가 근무하던 학원에서는 1학년부터 선행학습을 빠르게 진행하여 5학년 아이가 중2 과정을 배울 정도로 속도가 빨랐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똑똑한 아이들이 많아 학습된 내용을 흡수하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아이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아이도 많았죠.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잘 해내고 있었는데, 어떤 부모는 함께 입학한 옆 친구가 초 4과정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늘 비교하고 비난했어요. 제 앞에서 시험지를 던지고 멍청하다고 욕도 했지요. 저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원장에게 건의도 했지만,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며 보고만 있었죠. 심리학을 공부한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되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사회문화이론을 제안한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아동의 발달이 스스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문화와 주변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상호작용 없이도 아이가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영역이 있어요.
혼자 책을 보고, 교구를 만지면서 깨우치는 부분이 있죠. 이런 개인의 능력을 '실제적 발달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영역은 유능한 타인의 도움 없이 배울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타인의 조력을 통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있다는 거죠. 이를 '잠재적 발달 수준'이라고 합니다
모든 아동에게는 실제적 발달 수준과 잠재적 발달 수준 사이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를 '근접 발달 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라부르는 데요.
근접발달영역을 줄이기 위해, 그러니까, 잠재적 발달 영역까지 도달하기 위해 조력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중 제일 필요한 것이 아동의 수준에 맞추어 가르치는 거죠. 발판화(비계, scaffolding) 이라고 부릅니다. '비계'는 건축할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임시 가설물이죠.
초능력자도 아닌 인부가 안전장치도 없이 제힘으로 높은 곳에 올라갈 순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수준이 있습니다. 수준은 높고 낮음의 차이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빠르고 느림의 차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느리다 해도 성인이 되면 비슷해지겠죠. 그때까지 안전하게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줘야 합니다. 무리하게 올라가라고 미는 대신에 말이죠.
그런데 느린 우리 아이를 단순히 나이만 가지고, 친구들과 똑같이 해야 한다며 선행학습을 시키고 더 어려운 과정을 배우게 하면 아이는 튼튼한 발판에 오르는 대신 위험천만한 오르막에 서게 되겠죠. 내년이면 잘할 수 있는 아이도 올해 실패했기 때문에 점점 무기력화되고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아이였지만 할 수 없는 아이로 성장하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수준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준에 맞게 가르쳐야겠지요. 기대에 맞지 않더라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느린 거라는 마음으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면 결국에는 나아집니다.
저마다의 속도를 따르도록 도와주세요.
좋은 조력자가 되어준다면 아이들은 결국에 해낼 거예요!
<짧은 심리학 공부, 블로그 가기>
아이들의 잡동사니 버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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