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알 수 없는 존재
사회심리학자, 신고은 작가입니다
다섯 번째 심리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잘하고 싶어서 자꾸만 애썼던 너에게>의
첫 번째 꼭지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내 나이 열여섯에 품은 꿈은 구두 디자이너였다. 얼마나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뻔하디 뻔한 구두 그림을 따라 그렸다. 내 나이 열여덟, 사진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얼마나 예술적 재능이 떨어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폴라로이드 필름만 수 십만 원어치 날렸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나는 광고학과에 지원했 . 얼마나 창의성이 부족한지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재 미없는 카피를 쓰며 뿌듯해했다(다행히 가족의 만류로 진학에는 실패 했다).
나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가름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과제는 ‘자기소개서 쓰기’였다. 인자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나는 누구일까?
며칠 동안 이유 모를 두통으로 고생했다. 왜 이렇게 아픈 걸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 일이 스쳐 지나갔다. SNS를 통해 방송작가가 연락을 해왔다. 심리학을 주제로 기획 중인 프로그램에 섭외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얼른 검색창에 프로그램명을 검색했다. 세상에! 잘나가는 연예인 두 명이 MC였다. 여기 나가면 나 완전 유명해지는 것 아냐? 잠시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가 정신을 차렸다.
연락처를 전송하자 금세 답장이 돌아왔다. ‘네, 작가님! 다음 주 월요일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월요일이 지나도 휴대폰은 조용했다. 똑똑, 살아 계신지요? 연락을 해보려던 차에 다른사람이 섭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내가 원한 일이 아니었다. 난 그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도 몰랐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마는 일이었다. 오히려 제안을 받은 건 나니까, 거절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넘어간 것이 아니라 넘어가는 척했던 것이다.
내 안에는 ‘거절에 민감한 나’가 있었다. 거절에 민감한 나는 선택에 배제되어 내상을 입었다. 그것도 제 발로 들어가지 않은 선택지에서. 마치 길을 걷다가 낯선 남자로부터 ‘당신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저와 사귈 수 없어요’라는 말을 들은 느낌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나는 쿨한 척한 것이다. 하지만 쿨한 척하기에 너무나도 뜨거운 나는 머리가 달아올라 두통을 앓게 된 것이다. 이제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거절당하면 마음 상하는 찌질이가 바로 나라고. 그렇게 방송국 놈들을 한껏 비난하고 나니 기적처럼 두통이 가라앉았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더 이상적이고 더 나은 나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은 사람이 되기만 기대하는 사람은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조차 없다. 변화의 시작은 결핍의 인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당시에는 자신에 대한 100가지 질문에 답을 내리는 백문백답이라는 놀이가 유행했는데, 이 놀이를 통해 나는 나에게로 다가갔다. 좋아하는 색깔은?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은? 기억에 남는 장소는? 비밀번호 찾기용 퀴즈를 연상시키는 이따위 질문에 답하면서 나는 나 자신과 친밀해지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사흘 밤낮을 걸쳐 천문천답을 완성한 적도 있다. 그랬음에도 나는 여전히 나를 몰랐다. 그 질문들은 나를 알아가기에 너무나도 진부했기 때문이다.
나를 표현하는 용어에는 자아ego와 자기self가 있다. 둘은 구분하지 않고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예를 들면, 자아존중감이라든가 자기존중감이라든가). 그러나 둘은 엄연히 다르다. 아니 자기가 자아보다 더 큰 개념이다. 자아는 의식할 수 있는 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고,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고, 어떤 성격인지 정의할 수 있다면 이 모습의 총체는 자아라고 불러야 한다.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친구들과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일기를 쓸 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나를 닮은 캐릭터에 공감할 때 우리는 자아를 발견한다.
반면 자기는 내가 모르는 나까지 망라하는 개념이다. 의식할 수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숨겨진 나를 포함할 때 비로소 자기가 된다. 자기는 어렵다. 인정하기 싫어서 숨겨놓은 모습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쿨한 척 숨겨둔 ‘거절에 민감한’ 내 모습처럼. 그런데 이 숨기고 싶은 모습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일까?
한 남성이 팔 전체에 타투를 했다. 이를 본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김치를 담던 반찬 통으로 아들의 머리를 두들겨 패며 어디 가서 내 아들이라고 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할 때마다 긴소매 티셔츠를 입거나 토시를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운전하던 중 뒤차와 시비가 붙
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옆자리에 앉은 아들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윗도리 벗어!”
숨기고 싶던 면은 때때로 장점이 된다. 예민함은 섬세함이 되고, 불안은 철저함이 되어 빛을 발한다. 내향성의 다른 표현은 깊은 사유고, 공격성은 자신을 지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세상에 무조건 나쁘고 좋은 성정은 없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열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생긴다.
숨겨둔 모습은 비치볼과 같다. 비치볼의 디자인이 촌스럽다고 물속에 쑤셔 놓아봤자 튀어 오른다. 세게 담글수록 더 강하게 튀어나온다. 그 반동에 머리통을 가격당할 수 있다.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다. 나는 절대 터트릴 수도 없앨 수도 숨길 수도 없는 비치볼이다. 원하지 않는 내 모습을 무의식에 담근다 해도 결국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짜증으로, 우울로, 답답함으로, 때로는 이유 모를 아픔으로. 내가 겪었던 두통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마음을 직면했을 때 문제는 마법처럼 사라진다.
고대 그리스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문장처럼 나 자신을 알면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제는 나도 몰랐던 나의 역사를 따라 조금 더 속 깊은 백문백답에 대답할 때다.
나에 대해 알고, 나를 위로하고, 힘을 얻고 싶다면,
그만 애쓰고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면,
자신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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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상처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할퀴던 채찍을 내려놓는 것”
인간관계, 돈, 성공, 사랑…
무엇 하나 제대로 안되는 이들을 위한 44가지 심리 처방
“잘하고 싶고, 잘 살고 싶은데 내 발걸음은 왜 이렇게 엉망진창일까?”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생각이다.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무엇 하나 신통치 않고, 나만 빼고 모두들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아 무기력해진다. ‘나는 안되는 사람인가?’ 불안은 우울로, 상처로, 단념으로 이어진다.
인생은 마음으로 걷는 여정이다.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옳은 길을 가기도 하고 그른 길을 가기도 한다. 우리 삶에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심리학은 위대한 인생의 선배들이 잘 정리해 둔 마음 설명서와 같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을 좀 더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어서 자꾸만 애썼던 너에게』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세심하고 유쾌하게 풀어내 젊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신고은 작가의 신작으로 인간관계, 일, 성공, 사랑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안되는 것 같은 이들에게 다정한 심리학자가 권하는 푸짐한 밥상 같은 책이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튼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스스로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당장 완벽하진 않더라도 3년 후의 나, 5년 후의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제 심리학자가 차려낸 따뜻한 마음 밥상 앞에 앉아 천천히 한 술 떠보자. 문득 어제보다 나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테니.
출판사 서평
“불안한 나에게 필요한 건
커피가 아니라 심리학이었어!”
행복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심리학 수업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문제는 때때로 우리의 행복을 남에게 맡긴다는 데 있다.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은 사람이 나타났으면 하고 말이다. 이는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행복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행복의 주체가 ‘나’여야 한다. 내가 고민하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선택한 행동으로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행복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심리학이다. 심리학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왜 불안한지, 왜 두려운지, 왜 화가 나는지 등등 자신의 감정에 담긴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면 그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자신도 미처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고, 바라보고, 보듬어줄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우리는 한 뼘 자란 ‘나’와 조우할 수 있게 된다.
『잘하고 싶어서 자꾸만 애썼던 너에게』는 복잡다단한 마음속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치열하게 인생의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함께 걸어줄 동행자가 되어준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잘 살고 싶은 겁니다”
다정한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지키는 마음 이야기
"이성친구를 애교쟁이로 만드는 법을 아는가? 방법은 간단하다. 귀엽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눈을 감아도 귀엽다, 눈을 떠도 귀엽다, 옆을 봐도 귀엽다, 먹어도 귀엽다, 가만히 있어도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그러다 보면 민망해하던 상대가 어느새 귀여움을 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타인을 의식하며 사는 존재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반영 평가’라고 부른다."
"반영 평가가 가져오는 효과는 상당하다. 우리는 상대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준다면, 실제로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역기능도 존재한다. 우리를 오해한 누군가의 쓴소리,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감추고 주눅들고 작아진 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습에 100퍼센트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당장 내다버리고 싶은 모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나를 정의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것은 나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내가 나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할 때만이 우리는 ‘남’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지은이: 신고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잘 보이려고 행동하지는 않았던, 불안과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가슴보다 머리가 앞서는 사람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대학 시절 우연히 들은 심리학 교양 수업은 그동안 품고 있던 생각과 편견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렇게 운명처럼 사회심리학을 전공하며 단단한 마음을 얻었고, 다른 사람과도 이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꿈을 품은 채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
지은 책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 『내 마음 공부하는 법』,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하루 심리 공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