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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아키 Apr 29. 2022

백설농부

"충남예산 백설농부카페,  무모한 도전을 이겨낸 후배"

“프롤로그”

2020년 봄, 대학 후배가 찾아왔다.

“형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나무나무한 정원카페를 만들어줘. 돈은 별로 없어. 그렇지만 제일 이쁘게 해 줘. 돈은 별로 없어. 형 사랑해”

연락 받지 말걸! 이런!



-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 배경-


“후배의 배경”

기억의 후배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항상 고민하는 친구였다. 아니나 다를까  30대 중반에  잘 다니던 대기업 연구직을 그만두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기로 한다.


 “정원” 후배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후배는 세계의 이쁜 정원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후 3년 동안 농사를 통해 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할머니가 살았던 터에(예산)  정원카페를 시작하기로 한다.



“예산에서 예산 걱정”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나무나무한 카페와 정원을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우리의 예산으로는  세상에서 세 번째로 이쁜 나무나무한 정원카페밖에 만들 수 없다. 결국 우리는 D.I.Y.(Do It Yourself) 건축을 하기로 한다. 

이렇게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 터와 이야기하기-


“할머니가 살던 터”

 매력적인 터는 그 자체에 어떤 힘이 느껴진다. 이런 매력적인 터는 설계하기 쉽다. 터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나를 이렇게 만져주세요” 


할머니터는 말이 없다. 정말 말이 없다. 건조하다. 문뜩 후배의 말이 생각났다. “형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나무나무한 정원카페를 만들어줘”  마음이 건조하다. 


그러나 할머니터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광활한 논밭 풍경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프레임을 만들어주면 괜찮은 풍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버려진 나대지가 2000평이다. 반대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주변 산들이 낮아 위요감 있는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장치를 하여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터는 2차선 도로에 바로 맞닿아있어 경계가 애매하여 느낌이 좋지 않다. 그러나 도로와 터 경계에 시야적을 어떤 장치를 하면 지나가는 차량에게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지 중간에 3미터가량 단 차이가 있어 대지 활용도가 낮다.      그러나 이 경사지를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 터의 장점을 찾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터의 단점들이 새로운 가능성들로 보인다.



“터의 단점을 장점화 하기”

우선 터와 도로 사이에 건물을 배치하여 시야적으로 차단한다. 그로 인해 터는 위요감 있는 새로운 앞마당을 가지게 된다. 도로에서 건물로 인해 가려진 터는 지나가는 차량에게 우리 건물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드루와드루와~~


도로와 터 사이의 건물로 인해 생긴 위요감 있는 마당은 앞 광활한 논밭 뷰의 카메라 프레임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프레임을 통한 논밭의 풍경은 보이고 싶은 것만 보이게 하여 정리된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할머니터는 크게 3개의 높이차가 있다. 서로 다른 높이의 터는 각각 그 성격을 다르게 한다. 가장 높은 곳은 큰 나무숲과 같은 장소를 만들어 땅 전체의 느낌을 나무나무하게 만든다. 가장 높은 땅과 중간 높이 땅 사이의 경사지는 산기슭 이끼가 있는 것처럼 이쁜 이끼정원을 만든다. 그리고 이끼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건물을 배치한다. 건물에서 바라보는 이끼정원과 바로 위 큰 나무의 풍경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땅과 조경 건물의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나무나무한 건축-


“형 세련된 BARN(곳간) 느낌의 건물 미디엄 레어로 부탁할게요!”

건축의 큰 이미지는 결정되었다. 정원 속에 있는 나무나무한 건물. 다만 얼마나 세련되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했다. 세련된 느낌은 경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벽과 지붕이 만나는 경계, 벽과 바닥이 만나는 경계, 창과 벽이 만나는 경계. 건축물과 땅이 만나는 경계, 지붕과 하늘이 만나는 경계 등등. 이런 경계가 때로는 명확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하여 세련됨을 만든다. 내 피셜이다. 


백설 농부의 건축물은 도로에서부터 세련됨을 준다. 지붕과 벽이 만나는 부분에 창을 두어 지붕과 벽의 경계가 흐릿하게 하여 세련됨을 표현한다. 


백설농부 건물의 처마는 우리가 아는 처마랑 다르게 그 끝이 날카롭다. 날카로운 처마의 건물은 마치 땅과 하늘에 펜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세련된 펜터치와 같은 건물. 


우리가 생각하는 세련됨은 대개 접하지 못한 경험의 디자인이지만 뭔가 나름대로 질서가 느껴지는 것에 느끼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백설 농부도 곳간 콘셉트의 건물이지만 쉽게 접하지 못한 형태와 공간과 같은 디자인 요소들을 질서 있게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에서 세련된 곳간을 느끼게 하려 했다.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후배가 3년 뒤 서울역 있냐, 예산에 있느냐에 따라 판명 날 것 같다.


“나무나무나무나무나무 인테리어”

 나무는 “감성 촉진제”이다. 즉 나무는 사람들의 감성을 터치한다. 터치된 감성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큰 틀에서 편안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편안함 감성은 사람을 그 공간에 오랫동안 머물게 한다. 그리고 이런 편안함 감성은 공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게 한다. 백설농부의 나무나무한 인테리어는 카페 이용자들에게 감성 촉진제를 때려 넣는다. 촉진제에 취해 벗어나질 못하게. 돈 벌자 후배야.



 -무도한 시공 도전-


“박수를 보내며”

건축시공을 정말 모르는 후배, 부동산 하시는 후배의 아버지. 주부인 후배의 어머니 이렇게 무모한 시공이 시작된다. 기초부터 골조와 마감까지 전공정의 90퍼센트 이상을 후배와 그 가족들이 했다. 대단하다.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후배와 가족들이 보인 끈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DIY의 단상”

건축주가 직접 짖는 프로젝트는 언제나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직접 지었던 경험이 있는 건축주들은 다시는 안 한다고 한다. 음…. 거짓말이다. 이런 건축주들은 다시 지을 것이다. 다시 지었던 건축주들도 있다. 왜냐하면 힘들었던 기억은 잊어지고 좋았던 기억들이 남기 때문이다. 좋은 설계에 정성이 깃든 시공이 합쳐지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아름다움을 아는 우리는 프로젝트에 건축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일부분을 완성하도록 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을 건축주한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후배는 아름다웠다. 후배의 얼굴은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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