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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블 Jul 12. 2020

프라모델을 조립해보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일들

가끔 프라모델 조립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성격상 무엇이든 끝을 볼 만큼 진지한 사람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프라모델도 전문적인 스킬을 가진 사람들에 비하면 수박 겉핥기 수준이지만 그 깊이를 떠나 나의 취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조립하고 싶은 제품을 고르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접 구입할 때도 있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을 사들고 돌아올 때나 주문한 제품이 배송되기를 기다릴 때나 설레는 마음은 같다. 프라모델의 재미는 그 순간에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제품을 가져오면, 박스를 뜯고 런너(플라스틱 파츠들이 붙어있는 틀)들을 한 장 한 장 꺼내 빠진 런너는 없는지, 각 런너의 파츠들은 정상적인지 확인한다. 확인이 끝나면 조립에 필요한 공구와 런너들을 테이블 위에 정렬한다.


그다음에는 니퍼로 런너에서 파츠들을 하나하나 잘라내고, 아트 나이프로 게이트(런너와 파츠를 연결하는 부분)를 다듬은 후 조립을 시작한다. 프라모델을 전문적으로 만지는 사람들은 먼저 가조립(파츠들을 임시로 조립하는 것)을 실시하여 조립 시 가려지는 부분 등을 파악한 후, 전부 분해하여 페인트나 마커 등으로 도색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보다 간단한 먹선(파츠 표면의 라인에 검은색 잉크 등을 흘려 넣어 선을 표현하는 것)도 잘 넣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조립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수 시간 이상이다.


본체의 조립이 마무리되면 별도로 부속된 무장 등의 파츠를 조립하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데칼 등을 부착한다. 이후엔 베이스에 올려놓고 자세를 연출하는 포징을 해주면 모든 과정은 끝이 난다.


이렇게 완성된 프라모델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단순히 완성된 모습을 보기만 할 것이라면 액션피규어나 다를 바가 없다. 프라모델의 진정한 재미는 작은 부속 하나하나를 이어 붙여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다. 물론 파츠의 수가 많고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조립하다 보면 때때로 힘들고 답답한 기분을 느낄 때도 있고, 반면에 조립이 진행되어 주요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때도 있는데 그 모든 과정이 프라모델을 만드는 의의인 것이다.


물론 결과는 중요하지만, 살다 보면 프라모델처럼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한 일들도 많다. 마치 케이블카가 있어도 직접 걸어서 산을 오르듯, 과정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있는 것이다. 로는 결과가 대단치 않을 수도 있지만, 과정의 소중함을 잊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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