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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블 Aug 03. 2020

비 내리는 모습 속에서

적당함을 지키는 것

몇 주째 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 장마가 끝난다고 분명히 들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오늘 들은 라디오에선 가 다음 주까지 이어진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비가 지속되니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여 하천이 범람하고 거리가 물에 잠긴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도 도로가 침수되고, 낙석과 토사가 곳곳에 잔뜩 쌓였다. 계곡에 불어난 물을 보고 있으면 맹렬한 유속에 금방이라도 빨려 들 듯 한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부대 안에서도 수해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한창이다. 맹렬히 내리는 비를 우의 한 장으로 막으며 배수로 안에 쌓인 슬러지를 걷어내고, 모래주머니로 물길을 만든다. 토양이 드러난 경사면에는 비닐을 씌워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는다.


작업을 하다 보면 우의가 있다고 하지만 얼굴로 들이치는 것은 막을 수가 없고, 바람 때문에 후드도 쉽게 벗겨져 결국엔 머리가 전부 젖는다. 반면에 우의 안은 비는 맞지 않지만 땀이 마르지 못해 축축해지고, 아무 대책도 없는 신발은 말할 것도 없다. 군화가 평범한 운동화에 비하면 쉽게 젖지 않는 것은 사실이어도, 물이 쏟아져 내리는 배수로 안에서 작업하다 보면 그마저도 별 의미가 게 된다.


이렇듯 장마철은 고되고 힘든 시기이지만, 그 속에서도 종종 느끼는 점이 있을 때가 있다. 오늘 세찬 빗줄기 속에서  모래주머니를 옮기던 내게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비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비는 우리의 식량이 되는 농작물을 자라게 하고, 강과 호수로 흘러가 우리의 식수가 된다. 나무와 꽃들도 비가 있기에 자라고,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혀주기도 한다. 비가 내려 수량이 넉넉해진 계곡은 피서객들의 좋은 휴양처가 되고, 댐에 모인 물은 수력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때문에 가뭄은 우리의 삶에 상당한 문제로 작용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던 비가 순식간에 흉악한 무기로 돌변한다. 비 때문에 불어난 물로 강이 범람하고  지반이 약해진 산지가 무너져 주택과 농경지를 덮친다. 계곡에서는 피서객들이 물살에 휩쓸려 참혹한 광경이 벌어진다.


결국 비는 필요한 정도보다 적게 내려도, 많이 내려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부적한 것도, 과한 것도 좋은 것이 아닌 것이다. 비가 적당한 만큼만 내리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지만 비와 같은 자연현상을 통제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제어하기는 어려워도, 나 자신의 행동은 충분히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해 후회할 때가 많다. 이를테면, 운동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운동 없이 고열량의 식습관을 유지하면 체중이 증가하여 각종 합병증을 가져온다. 반면 과도한 운동은 부상을 유발하고 피로를 느끼게 한다.


이것은 단순한 하나의 예이지만, 그 밖에도 적당한 선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후회하게 되는 일은 우리의 삶에 수없이 많다. 심지어는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그것을 조절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음 선택마저 지레 포기해버릴 핑계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은 자연현상처럼 조절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니다. 잘못된 선택은 다음에도 잘못돤 선택이다. '적당함'을 지킴으로써,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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