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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블 May 24. 2020

의도치 않은 미식의 경험들

우연히 만났지만 기억 속 깊게 남은 음식들

나는 평소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입대 전까지 나의 행동반경은 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여행을 딱히 즐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전국의 미식들을 접해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입대 후부터는 의도치 않게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고, 우연한 방문이었지만 기억에 남게 된 경험들도 생기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몇 가지 경험만 간추려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진주에서 만난 냉면


내가 입대 후 기초훈련을 받게 된 곳은 진주로, 경남의 유서 깊은 주요 도시 중 한 곳이다. 진주의 유명한 먹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일 터다. 물론 나는 입대 전까지 진주라는 도시에 대해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단 한 번도 들러본 적이 없었다.


내가 진주의 명물, 진주냉면을 맛보게 된 것은 기초훈련이 끝나고 임관식을 한 날이었다. 임관식을 참관하러 온 가족들과 반갑게 안부인사를 마치고, 동기들과 서로를 격려한 후 헤어져 서울로 돌아가기 전, 정복 차림 그대로 진주의 냉면 맛집 하연옥 본점에 들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진주시 이현동에 위치한 하연옥 본점은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하며 특히 다양한 해산물과 사태를 3일 동안 우린 육수로 만든다는 진주냉면의 메카이다. 냉면이라고는 고깃집에서 먹는 후식 정도로만 여겼던 나에게 하연옥 냉면의 푸짐한 고명과 감칠맛 나는 육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냉면에 곁들여 먹는 한우 육전 또한 두툼한 우둔살의 식감과, 얇은 부침이 어우러져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비록 하연옥의 주메뉴는 면이지만, 진주비빔밥과 선지국밥 등의 메뉴도 유명하니 진주에 가면 한 번쯤 들러보면 좋으리라 생각된다.


2. 대구에서 만난 야끼우동


기초훈련이 끝난 후, 나는 대구에서 특기교육을 받게 되었다. 외출과 외박이 전면적으로 통제되던 기초훈련 때와 달리, 특기교육 때는 제한적으로 외출과 외박이 허용되었다. 덕분에 나와 동기들은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이 멀기도 했고 대구 지리도 생소했던 탓에 마땅히 뭘 하면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주말인데도 생활관에서 멍하니 시간을 때우던 나를 본 동기 한 명이 나에게 함께 식사할 것을 권했고, 호기심이 동한 나는 동기와 함께 유명한 중화음식점인 리안에 방문하게 되었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리안은 야끼우동과 탕수육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리안의 대표 메뉴인 스페셜 야끼는 매콤함과 감칠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12000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2명 이상이 충분히 먹을 만큼 양이 많은 게 특징이다. 때문에 커다란 쟁반에 담겨 나오며, 덜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쫀득쫀득한 쌀 탕수육까지,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식사시간에는 웨이팅까지 필요한 맛집이지만, 그만한 수고를 들일 만한 집이라고 느껴졌다. 대구에 들른다면 분명 다시 찾게 될 만한 곳이다.


3. 보령에서 만난 사골 수제비


대천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보령은 충청권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자주 찾는 휴양지이다. 해변에 접한 곳이니만큼 당연히 해산물들이 주요 먹거리이다. 하지만 보령엔 숨겨진 보석 같은 수제비 맛집이 존재한다.


내가 보령시 신흑동에 위치한 김가네 사골 수제비에 들르게 된 것은 중요한 훈련을 위해 보령으로 출장을 갔을 때이다. 당시 훈련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에 식사 생각이 별로 없던 나에게 현지에서 근무 경험이 있던 선임이 맛집을 추천했는데, 그곳이 바로 김가네 수제비였다.


김가네 사골 수제비의 메인 메뉴는 상호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골 수제비로, 약간의 도가니 외에 부재료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지만 사골국물 자체의 깊고 구수한 맛과 쫀쫀한 수제비의 식감이 일품인 곳이다. 뿐만 아니라 함께 제공되는 새콤달콤한 장아찌의 맛 또한 훌륭하다.


그날 훈련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나지만, 결국 수제비를 깨끗하게 비워내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다시 먹고 싶어 지는 수제비는 김가네 수제비가 유일하지 싶다.


4. 춘천에서 만난 프로마쥬


지난해 여름, 춘천에 출장 차 방문한 나는 의도치 않게 출장지에서 절친한 동기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내 근무지는 동기가 근무하는 춘천과 멀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았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자장면과 짬뽕밥으로 식사를 해결한 후, 점심시간이 아직 남았으므로 우리는 후식 거리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는 업무를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들르게 된 곳은 춘천 신동의 바오밥 카페였다. 당시엔 몰랐지만, 나중에 현지에서 분위기 명소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오밥 카페는 외관은 허름한 한옥집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엔틱한 분위기로 꾸며져 상당히 독특한 곳이다. 메인 메뉴는 커피와 각종 음료, 전통차, 다양한 케이크이며 와인과 비프 스트로가노프, 연어스테이크, 스파게티 등 식사류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디저트가 목적이었으므로, 프로마슈와 딸기 푸딩을 시켰다. 프로마슈는 크림치즈가 가득 들어간 치즈 케이크의 일종으로, 새콤달콤한 치즈의 맛과 살살 녹는 식감이 일품이다. 함께 시킨 딸기푸딩도 신선한 딸기와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져,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피로와 오후의 노곤함으로 지쳐있던 우리 일행에게 달콤한 휴식을 선사해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생각나는 맛이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기는 어렵지만, 의도치 않게 만나는 미식들은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앞으로도 더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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