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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Jan 29. 2019

드디어 호주 워킹데이2

I'm a house keeper

하우스 키핑 일은 아침 9시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일이 적응이 되지도 않았고 서툴렀던 점이 더 많았던 터라 8시 30분쯤 도착해서 주섬 주섬 트롤리에 청소 용품들을 챙기고 나의 타임 시트를 확인했다. 

완전 초기에는 1 베드짜리 3개 데일리 서비스 3개 정도가 주어졌다. 타임 시트를 받으면 내가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나와있다. 방당 몇십 분 이렇게 주어져서 방이 많은 날엔 일하는 시간도 더 길었고 그만큼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몇 달 동안은 주어진 시간에 일이 끝나는 날이 없었다. 

오지 잡이라 시급이 무려 세전 25불이었으며 토요일에는 1.5배 일요일에는 1.7배 정도가 더 붙었으며, 공휴일에는 무려 2배나 높게 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공휴일 + 일요일 또는 토요일이라면 무려 4배 정도를 더 받을 수 있었다.

높은 시급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몇 날 며칠을 해도 일은 적응되지 않았다.

특히나 손이 야무지지 못하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터라 실수하는 일을 정말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많았다.

거기다가 더딘 나의 영어 소통까지. 살면서 이렇게 외롭고 힘든 적이 있었던가..








1 베드 짜리 방은 방 하나에 침대가 하나 있었으며 거실, 주방, 화장실 1개가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항상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베드 정리부터 했다. 먼저 헌 베개 커버와 침대 시트를 벗긴 다음 새 시트를 갈아 끼어주면 된다. 초기에는 아무리 해도 각도 안 잡히고 무거운 매트리스를 들면 어깨부터 손목이 너무너무 아파왔다. 열심히 다 했는데 시트에 구멍이나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정말 눈물 날 정도로 허탈했다.

침대 옆에 있는 협탁과 주위를 정리해주고 붙박이장에 붙어있는 거울까지 깨끗하게 닦아주면 방 정리를 끝난다. 거실은 보통 깨끗해서 테이블을 닦고 소파 정리를 해주고 주변을 정리해주면 끝났고, 두 번째로 힘든 주방 정리를 시작했다. 1 베드는 대부분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많이 묵기 때문에 주방을 안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주방을 사용했다.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안까지 모두 깨끗하게 닦고 정리 해준 다음 싱크를 닦았다.

하우스키핑 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크 안을 닦는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거품까지 칠해가며 싱크 안을 물기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닦아 줘야 했다. 그리고는 식기부터 컵, 그릇까지 다 깨끗한지 확인, 주변 정리, 그리고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재정비해주면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정말 하기 싫고 힘들었던 곳.. 화장실도 변기부터 샤워부스까지 다 깨끗하게 닦아야 했으며 필요한 물품까지 다 재정비해두고 수건까지 갈아 끼워주면 끝이 났다. 할 때마다 힘든 변기 닦기.

가끔은 정말 깨끗할 때는 안 닦고 덮어두기만 했는데 매니저나 슈바는 귀신같이 그걸 찾아내서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짬밥 못 속여 정말.

그렇게 모든 정리가 끝났으면 청소기를 돌리고 주방과, 화장실 바닥 맙을 해주면 모든 일은 끝이 났다.

방 정리가 모두 끝이 나면 데일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일리 서비스는 투숙객이 묵고 있는 방에 들어가서 베드를 정리해주고 떨어진 물품을 다시 채워주고 수건을 모두 교체해주면 끝나는 그나마 쉬운 일이었다. 

데일리 서비스를 하기 전에는 항상 " 똑똑똑 하우스키핑~ " 이렇게 세 번씩 해주어야 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웃겼는데 나중에는 아주 빠르고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처음 했던 데일리 서비스가 기억난다. 똑똑똑 세 번을 하고 아무 말도 없길래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발코니에 영화 속에나 나올 듯하게 생긴 흑인 아저씨와 백인 아주머니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고 나는 문을 따고 들어왔고 데일리 서비스는 처음인데 외국인이 두 명이나 있고 순간 뻥 졌다. 그리고는 아주 아주 불쌍하게 " I'm a house keeper.. I'm gonna clean your room and change all towels...."라고 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쭈굴 하고 웃기다. 

걔들도 내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아님 아무 신경도 안 쓰였는지 아 그래 알겠어 고마워 멋져라며 소울리스의 칭찬을 해주었다. 초기에 데일리 서비스를 할 때는 제발 아무도 없었으면.... 했지만 하다 보니 사람 있는 게 훨씬 좋았다. 왜냐면 사람이 없을 때 내가 정리를 해두고 나가면 가끔씩 컴플레인이 터졌다. 정리가 똑바로 안됐니, 수건 체인지가 안됐니 하며 실수를 하면 바로바로 컴플레인 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있을 땐 수건만 줄래 라며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 경우도 있었고, 내가 해주고 나간 뒤에는 깜빡한 게 있어도 컴플레인을 걸지 않았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되고 실수 없이 완벽하게 제시간에 끝났으면 얼마나 좋으리.

하지만 초기에는 실수가 엄청 많았다. 하루라도 제시간에 끝난 적이 없었으며 항상 매니저나 슈바에게 전화가 왔다. 매니저가 내 방을 검사하는 날엔 대부분 "Jenna !!!!! What happned your room?!!!!!!!!!!!" 고래고래 소리치는 전화가 왔다. 한날은 슈바가 전화 와서 제나 빨리 당장 몇 호로 올라와! 라며. 올라갔더니 청소 안된 곳이 너무너무 많다며, 베큠도 똑바로 안됐고 샤워부스도 제대로 안 닦였고 등등등..

하지만 이미 오버 타임을 넘어 오버 오버 오버 타임이 난 상태였고 나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지쳐있었던 상태였다. 슈바가 다시 올 때까지 다시 해두라고 하고 나갔다.

그때 기분은 정말 학생 때 친구들은 전부 하교를 하고 나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모르는 문제가 한참 남았는데 선생님은 "다 풀어야 집에 갈 수 있어"라고 하고 교무실로 가버린 상태 또는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배워야 할게 많고 모르는 업무가 많은데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해버리고 나의 선임도 나에게 업무를 주고 다 하고 퇴근하라고 한 상황의 기분이었다. 혼자서 하기 힘든 업무가 쌓인 상태에서 머리 아파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해서 짜증이 막 올라오고 근데 이걸 다 해야만 집에 갈 수 있는 막막함과 시간은 이미 늦어 초조함이 밀려오고 눈물은 나는데 운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멘탈을 다시 잡고 천천히 다시 해보는 것.

그런 기분으로 막 하는데 슈바가 왔다. 슈바가 왜 아직도 안됐냐고 여기 여기 여기 이렇게 막 손가락을 가리키며 알려준 곳을 닦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너무너무 서러웠다. 

눈물을 머금고 아니 흘리고 모든 일을 끝내고 호텔 밖으로 나왔을 땐 퇴근한 기분이 아니라 감옥에서 탈출한 기분이 들었다. 퇴근할 때는 2-3시여서 태양도 엄청 엄청 뜨겁고 세서 더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아 진짜 그만둔다. 더럽게 힘드네. 한국에 그냥 가버리련다' 라며 생각을 하며 나오면 항상 반겨주는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면 그런 생각도 잠시뿐 다시 호주 하늘에 취해 내일 다시 출근할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호텔에서 나오면 항상 보이는 뷰
파란 하늘과 초록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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