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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Mar 27. 2024

또 놀러 나간다고?

23.10.02(월)

엄청 일찍, 정말 오랜만인 시간에 일어났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이미 일어나셔서 짐을 챙기고 계셨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싸 두신 짐을 차에 옮겨 실었다. 가장 뒷좌석 의자 하나를 접고도 트렁크가 꽉 찰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짐을 모두 싣고 아이들을 깨웠다. 워낙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세 녀석 모두 잘 일어나지 못했다. 잠옷 차림에 겉옷만 입혀서 그대로 차에 옮겨앉혔다.


“이제 이거 보고 또 한참 울겠네”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아무 데나 던져 놓은 장난감과 잡동사니를 보며, 어제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해도 뜨기 전인 어두운 새벽에 차에 타서 인사하며 떠나는 우리 가족을,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한참 동안 서서 배웅하셨다.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금방 다시 잠들었다. 혹시라도 차가 막힐까 봐 조금 무리하듯 일찍 출발했는데, 보람이 있었다. 차가 거의 없었다. 당연히 막히는 것도 없었다. 아이들도 꽤 오랫동안 잤다. 쉬지 않고 3시간을 넘게 달렸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올라올 때처럼 어제 미리 빵을 소분해 놨다.


다른 휴일 같았으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5시간 가까이 운전을 한 것치고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짐 정리에 돌입했다. 일단 냉장고와 냉동실에 들어가야 하는 반찬과 김치, 과일부터 정리했다. 덕분에 설거짓거리가 바로 생산됐다. 원래 캐리어에 있는 짐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냉장고에 들어가야 하는 짐을 정리하고 나니 체력이 소진됐다. 아내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워서 쉬었다. 여전히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고, 긴 거리의 이동을 했으니 안정을 취해야 했다. 점심은 싸 가지고 온 반찬을 바로 꺼내서 먹었다. 아이들은 전을 데워서 주고, 아내와 나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머지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친 후에 다 함께 누웠다. 모두 회복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자든 안 자든 일단 내가 좀 눈을 붙이고 싶었다. 오후에는 K네 식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체력 보충이 필수적이기도 했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안 잔 것 같았고, 소윤이만 아내 옆에서 오랫동안 잤다.


나야 괜찮았지만, 아내가 걱정이었다. 힘들면 오후에도 쉬자고 했는데 아내는 괜찮다고 하면서 나가자고 했다. 아내는 대체로 ‘괜찮다’라고 말하는 편이어서,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편이어서 내가 ‘강제로라도’ 쉬게 해야 할 때도 많다. 오늘 같은 날은 조금 헷갈렸다. 아내도 걱정이고, 뱃속에 있는 윤이도 걱정이고. 아무튼 나가게 됐다.


또 차를 탔다. 한 시간 정도 갔다. 날씨가 너무 좋기는 했다. 느지막한 오후에 만나서 카페부터 갔다. 커피를 한 잔씩 하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휴일이라 사람이 꽤 있었지만 복작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날씨가 워낙 화창하기도 했고, 높은 건물이 없어서 탁 트인 시야 덕분이기도 했다. 꽤 많이 걸었는데, 역시나 아내가 걱정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을 때보다는 훨씬 생기가 돌았지만, 아직 ‘임신 초기’라는 게 걱정스러웠다. 자기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해서 혹시나 잘못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은 늘 기저에 깔려있다. 소윤이 때는 12주가 되기 전에는 극도로 조심하고 운동량을 줄였는데, 요즘은 또 너무 그렇게 하는 것도 안 좋다는 말도 있다.


저녁을 먹고, 한 번 더 카페를 가고, 산책도 더 했더니 금세 어두워졌다. 공기도 급격히 차가워졌다. 그래도 아내에게 생기가 돌아서 보기가 좋았다. 집에 돌아갈 때는 아내를 내 뒤에 앉으라고 했다. 그 뒤에 앉는 시윤이를 조수석에 앉혔다. 아내가 앉는 의자를 뒤로 쭉 젖혔다.


“여보. 누워서 가”


소윤이와 서윤이, 아내 모두 잠들었다. 내 옆에 앉은 시윤이만 쌩쌩했다. 시윤이는 한 시간 내내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대체로 원리와 이유에 관한 질문이었다. 다른 건 괜찮은데 ‘자연의 이치’에 관련된 건 답을 못할 때도 많았다.


“시윤아. 그건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봐”


이제 애들도 대충 안다. 과학이나 수학과 관련된 건 나보다 아내가 답을 더 잘 해 준다는 걸.


집에 도착하면 낮에 못다 한 캐리어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미처 하지 못했다. 밤이 되니 피곤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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