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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컬리 Feb 16. 2024

엄마는 나한테 왜 그럴까..

나르시시즘 엄마로부터 40년만에 벗어나기(1)

'내가 단화가 없다, 단화하나 필요한데...'

엄마를 만나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필요하다', '떨어져간다', '니 입은거 이쁘다, 내꺼도 하나사도'  

그때 그때마다 달라지는 다양한 명령어들.

명령어가 입력되기만 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나는 엄마의 욕구에 맞춰

택배로 주문하거나, 사다주거나, 아님 주말 당장 쇼핑을 하러 간다.


다음 역할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다.

한 주 동안 엄마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들(반복되고 너무 유치해서 대꾸하기도 싫은 이야기들)

이모, 고모 등 친인척들 사이에서 엄마가 겪었던 일들, 서운했던 이야기들.

내 삶에는 관심이 없고, 내 이야기는 묻지 않는다..

성인이 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와 엄마의 관계는 이렇게 고정되어갔다.


남편을 읽찍 여의고 혼자된 엄마에 대한 연민같은 것 때문에,

성인이 되기까지 먹여주고 재워준 엄마의 고생스토리를 들으며,

엄마한테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자기연민과 딸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말들을 들으며 훈육되었기에 더욱 그랬다


40대가 되니 조금씩 자각이 되었다..

나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나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나는 좀 똑똑해졌다..

내가 나를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자각을 하며 변화가 왔다


그날도 어김없이 엄마집에 간 날.

엄마가 내게 또다시 늘어놓던 이야기들..

'누구누구는 칠순잔치를 이렇게 했다더라'

'우리 애들은 칠순때 뭐를 해줄란고~' 즐거운 기대감으로 날 바라보며 묻는다..

늘상 있던 엄마의 명령어 입력임에도 이번엔 달랐다.


엄마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내 생일을 챙기지 않았는데,

나도 엄마한테 생일선물 한번 못 받아보고 여태껏 살았고 앞으로도 못받을게 뻔한데.

어떻게 엄마는 자신의 생일은 이렇게 열심히 챙기는걸까..정말 양심도 없는건가.


내 속에서 처음으로 엄마에 대한 혐오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을 피했다.

그날부터 시작된 엄마에 대한 혐오감은 떨쳐내기가 어려웠고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던가 한심스러웠다.


한심스러움이 극에 달했던 순간은, 막대하는 엄마를 상대해야 할 때다.

얼마나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나.

엄마의 이런 욕설과 짜증을 언제까지 받아내야 하나..

얼마나 비위를 맞춰야 하나.


30대의 어느날 맹장수술해서 일주일간 입원 했을때도

이래이래 바쁜데 '본죽이라도 사다줄까'라고 전화를 해왔던 엄마..

"내가 꼭 가야겠니"라는 말이었고, 내 대답이 어떨지 알면서 묻는게 너무 싫었다.

그날 밤 같은 병으로 입원한 어떤 여성의 부모가 딸이 아파하는 것을 애지중지 하며

밤새 곁을 지키는 것을 보기가 힘들어, 나는 내 병실 침대의 커튼을 쳐버렸다

커튼을 쳐도 넘어오는 그부모님들의 걱정하는 소리에, 참 외로움이 깊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입원하면 늘 내가 곁을 지켰다. 두말하면 입아프다..


엄마와 나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데,,

왜 엄마는 내게 해주지 않은 것들을,

그토록 당당히 기대하고 바라고 하지 않으면 나쁜딸로 만드는걸까.

어릴때는 그 상처를 그저 감당했어야 했는데,

왜 성인이 되고도 나를 상처내는 엄마를 맞춰주고 있는걸까.


혐오감을 느낀 그날부터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의 '명령어'를 거절했다. 무시했다. 이행하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엄마의 요청이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곧 '사형선고'란 것을 안다

엄마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나쁜 아이라는 엄청난 죄책감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성인, 엄마가 없어도 잘 살수 있다.

그러니 이제 '거절' 그것을 해보자.

엄마의 사랑에 목매달던 아이는 이제 없다

 

엄마와의 관계는 최소한의 도리만 하자고 결심했다

명절, 생신에 찾아뵙고 용돈드리는 것 정도만 하면 된다고 정리했다


늦어서라도 각성하였으니 다행이다

받지 못한 엄마의 사랑에 그만 목 매달고, 훌훌털고, 내 인생을 살아가자.

이런 나를 열렬히 응원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습관, 태도, 좋지 않은 훈육과 세뇌로부터 벗어나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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