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dict.
브랜드가 판매하는 제품에 따라 소비자들은 판매하는 품목에 집중한다. 무슨 말이냐 한다면, 의류 브랜드에서 소비자 눈은 의류에 집중한다. 가구 브랜드에서는 가구에 집중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당연한 생각을 깨버리는 브랜드 ‘Vartist’가 있다.
브랜드 바티스트의 게시글은 2015년부터 시작되어 있지만, 19년부터 브랜드를 알게 되어 그전의 행보는 잘 알지 못한다. 브랜드는 시즌 기간 동안 제품들을 간결하게 선보인다. 소셜 계정에서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시즌이 지나면 자세한 설명을 찾기가 어렵다. 모든 정보를 소유한 채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그 욕심을 내려놓고서라도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블로그의 시작에 ‘Vartist’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Vartist라는 브랜드를 알기 전까지만 해도 옷은 그저 나에게 물품이었다. 단순히 내가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유행하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몸을 보호하는, 그 정도. 옷의 제작 과정이나 재질보다는 ‘얼마나 나에게 더 잘 어울릴까’ 혹은 ‘얼마나 빠르게 이 옷을 입고 어딘가를 갈 수 있을까’가 의류를 대하는 가장 우선적인 태도였다. 가을엔 트렌치코트, 겨울엔 코트, 여름엔 리넨. 이런 공식처럼 보편화된 틀에 나를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바티스트의 의류에는 원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베이지와 블랙 네이비 색상들의 옷이 존재한다. Vartist의 의류를 경험해 보며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넥 라인이다. 바티스트에는 다양한 넥 라인이 존재한다. 아주 깊게 파인 브이넥부터, 스퀘어 넥, 유넥 등이 존재한다. 팔이 길게 내려오는 가디건과 랩 형식의 옷들도 볼 수 있다. 하프넥으로 올라온 긴 팔은 입으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긴 팔을 어깨만 살짝 덮는 기장으로 자르면 세련돼진다. 바티스트의 옷은 그렇다. 모든 옷이 세련되고 차분하다. 옷을 입는 순간 입는 것에 더해 분위기를 더해 입을 수 있는 브랜드이다.
길고도 짧은 4년이지만 Vartist를 알게 된 이후로 이 브랜드는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옷을 입는다가 아니라 한 피스의 옷을 소유한다는 감정을 알게 해준 브랜드이다. 시즌을 알리는 룩 북을 기다리게 하고 실용품이 아니라 예술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브랜드를 통해 알게 됐다. 이것은 어쩌면 다른 이들도 겪었을 특별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브랜드가 누군가에게도 존재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브랜드 Vartist는 이것을 넘어 ‘-‘(마이너스)를 전하기도 한다.
바티스트는 시즌이 지나면 더 이상 옷을 판매하지 않는다. 옷을 판매하는 기간에도 많은 수량을 판매하지 않는다.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마지막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말할 때가 정말 마지막인 브랜드이다. 또한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브랜드의 속도를 멈춘다. 브랜드의 대표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추측일 뿐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는 옷을 한정적인 수로 파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랜드를 멈추는 것도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브랜드의 멈춤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나는 브랜드를 멈출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에 그 브랜드를 더욱 애정 하게 되었다.
옷을 많이 사보고 그것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은 안다. 옷은 사도 사도 끝이 없다는 말은 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소유욕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눈앞의 멋진 옷들이 보이면 눈에 그것이 가득 차지만 뒤돌아 보면 옷장을 빼곡히 채운 옷들이 나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다양한 의류 사이트들을 접하다 Vartist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간결하기 때문이다. 설명도, 사진도, 모든 것이 간결하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방면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브랜드에서는 선보여야 할 정보들을 모두 선보이기도 했다. 비교적 적을뿐.
앞서 말한 것들을 생각하며 사이트를 바라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많을 다’를 외치는 세상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뺄 수 있느냐가 아닐지. 나를 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뺄 수 있는지. 각자가 정한 개개인의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얼마나 ‘-‘ 할 수 있는지. 마이너스의 가치를 알려주는 브랜드 바티스트가 그 자리에 묵묵히 그리고 간결하게 있다.
많은 사랑과 애정, 수익을 얻을수록 침묵을 유지하는 브랜드. 브랜드 자체의 개성을 고집하는 Vartist는 그래서 단순 브랜드를 넘어 철학이 담긴 브랜드다. 나는 또 언젠가 돌아온 Vartist의 제품들을 구매할 것이다. Vartist는 고집스럽게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선보이고 싶을 때 선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시기적절하게 그 옷이 나의 옷이라면, 아마 운 좋게 브랜드의 활성화를 발견할 것이다. 몰랐다면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즌의 옷을 가지지 못해도 뭐 어떤가 시즌의 옷을 가지지 못한 ‘-‘이지만 옷장의 옷은 ‘-‘가 아닐 것이며, 시즌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 이미 ‘+’인데 말이다.
브랜드 Vartist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가구들을 판매하던 ’the residence’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Vartist_vintage’ 바티스트의 대표가 운영하는 ‘shop.dariarhee’ 그리고 카페 ‘flore_seoul’ 적다 보니 이렇게 많은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이 많은 브랜드들을 함께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알게 해준 가장 커다란 것은 ‘가치’이다. 제품의 가치와 브랜드의 가치, 소비의 가치, 공간이 개인에게 주는 가치, 제품의 quantity(양)과 제품의 quality(질)의 추구에 대한 가치, 이렇게 많은 영향을 소비자인 나에게 이 브랜드는 주었다.
바티스트의 대표는 내가 바라본 여성 중에 가장 침묵하는 여성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침묵에는 아주 많은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안다. 그래서 브랜드의 고요함과 그녀의 침묵에 그저 응원을 보낸다. 브랜드의 소비자로서 브랜드를 애정 하는 이로써, 한 여성으로서 브랜드와, 그녀의 모든 행보를 응원한다. 쉬운 길이 있지만, 그 길을 어떻게 가는 것인지도 알지만 가치를 더해 무게감 있는 길을 가는 브랜드 바티스트를 무게감 있게 무한정 애정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