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dict.
Le abonne
아보네는 프랑스어로
1. 가입신청을 한 2. 단골인 3. 예약 구독자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매일 신문과 단독 클립을 구독하는 것처럼,
일상에서 매일매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일리 브랜드가 되길 지향합니다.
의류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은 편은 아닌 사람이 역설적으로 가방에 대한 관심은 높다. 옷을 매일 신경 쓰기란 귀찮지만 멋진 가방 하나만 있으면 그날의 옷도 대충 입었다는 느낌을 조금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방이 너무 튀는 것도 금물. 적당한 쉐입과 색상, 디자인으로 데일리로 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방일 것이다.
2020년에 출범한 아보네는 '데일리'를 무기로 만들어진 브랜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무난하고 평범하지 않다. 아보네의 대표 제품은 가띠백은 윗부분이 부드럽게 초승달처럼 기울어진 모양이 자연스레 연출되는데, 아랫면은 탄탄하게 받쳐져 그 모습 그대로 흐트러지지 않고 맵시 있는 쉐입이 연출된다. 평범한 듯 세련된 디자인은 아보네의 정신처럼 데일리라는 키워드에도 잘 어울리지만, 서로 상극인 세미 정장이나 원피스, 혹은 스트릿 패션에도 가볍게 들 수 있다. 이는 가띠백뿐만 아니라 아보네가 연출하는 모든 가방의 이야기다.
데일리에 적합하려면 무엇보다 심플해야 한다. 소위 가방이라 함은 색이 튀던지, 혹은 디자인이 유달리 튀던지. 둘 중 하나는 거의 지켜가는 편인데 아보네는 이 두 가지와 조금 거리가 있음에도 깔끔하고, 세련됨을 보인다. 그런 아보네의 정신을 보여주듯 로고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살짝 기울어진 로고가 약간의 멋스러움을 추가할 뿐이다.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나름 보부상인 편인 나의 경우 가방을 고를 때 있어서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수납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상상해 보라. 추운 겨울날 약속에 나갔는데 친구가 '혹시 핸드크림 있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잘 바르지도 않는 핸드크림을 멋지게 꺼내주는 나를. 보부상은 그런 기억을 가지고 또 몇 달에 걸쳐 여러 짐을 동여매고 산다.
아보네의 가방은 육안으로 봤을 때 그리 크지 않다. 끽해야 노트도 들어가려나? 싶은 콤팩트한 비주얼이다. 아보네 가방 중 가띠백을 예시로 들었을 때 끈을 어깨에 메면 자연스럽게 가방 입구 부분이 부드럽게 포개지는 형상이다. 일단 첫째로, 가방에 물건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문이 닫히지 않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하다.
두 번째로는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넓다! 간혹 입은 작지만 벌렸을 때 입속 공간이 넓어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을 본 적 있을 거다. 아보네가 그렇다. 작아 보이지만 입구 뒤의 공간은 블랙홀마냥 넓은 가방. 보부상들은 흔히 물건을 많이 넣어 가방 모양이 망가지거나 혹은 아예 처음부터 큰 가방을 들어야 해서 늘 짐을 바리바리 싸서 다니는 모양새를 할 때가 많지만, 아보네는 물건을 많이 넣든 적게 넣든 누구나 어깨에 매는 순간 동일한 쉐입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있어 누구에게도 어울리는 브랜드다.
데일리라는 커다란 방향성 아래에 아보네가 가져가는 지향점은 3가지다. soft, light, neutral. 아마 아보네의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Soft. 이렇게 부드러운 가방은 처음
Light. 비교할 수 없는 라이트한 무게감
Neutral. 뉴트럴한 톤의 세련된 고요함
부드러움, 가벼움, 뉴트럴함. 이 세 가지 단어만으로 아보네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보네의 전 제품은 이 세 원칙을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아보네의 베스트 제품 라인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겉감은 소가죽을 사용한다. 안감은 패브릭이나 인조 가죽을 사용하고 있어 오염에도 강하지만 무엇보다 여름날 맨살에 쓸릴 때도 가방이 아프지 않고 부드럽게만 느껴진다. 사이즈가 콤팩트한 덕분도 있지만 부드러운 촉감만큼 가벼운 가죽 덕분에 과도하게 짐만 많이 넣지 않는다면 크게 어깨가 아플 일도 없다.
색상 역시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에 비해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독보적이라면 독보적이다. 아보네의 컬러는 뉴트럴이다. 뉴트럴의 사전적 정의가 '중립' 임을 고려했을 때, 아보네가 만드는 컬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찾을 수 있는 컬러임을 알 수 있다.
아보네는 왜 하필 뉴트럴을 선택했을까? 답은 뉴트럴 자체에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별함,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봐온 컬러라는 편안함이 만나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데일리 브랜드를 지향하는 아보네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로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일상이 트렌드가 되는 브랜드 아보네를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곧 아보네가 펼쳐갈 톤 안에 새롭게 속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