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바꾼 고양이_0
나는 사실 고양이를, 아니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강아지는 지독하게 무서워한다.
어릴 적 우리 집 주변에서 우는 고양이 소리에 악몽을 꿔서 잠 못 이뤘다.
길냥이나 떠돌이 개를 보면 서슴없이 만지고 아는 척하는 친구들 옆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봤다.
한 번은 옆집이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냈는데, 그 집 개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짖고 나와서 으르렁댔다. 그 덕분에 나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동네를 한참 서성였다. 지금이야 목줄 없이 다니는 강아지는 많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공원에 가면 날 보고 아는 척하는 개, 짖는 개가 많았다. 이런 내 모습에 친구들은 놀리기도 하고, "너보다 작은 개가 뭐가 무섭냐"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고양이를 키운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괜찮겠어?” “갑자기 고양이를” “네가 고양이를 키울 수 있어?”였다.
그럼 난 당연하게 “그러게”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어느덧 1년 여가 지났다. 남편은 최근에 나에게 "요즘은 지나가는 개들 별로 안 무서워하는 것 같아"라고 했다. 아예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래도 지금은 덜 피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엔 집에 온 고양이도 잘 만지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금만 물려고 해도 식은땀부터 나던 내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쓰다듬고, 브러시질을 해주고, 고양이 밥을 챙기기 위해 집에 일찍 들어온다. 내 옆에서 잤으면 좋겠고, 매일매일이 귀엽다. 물론 아직 난 안을 수도 없고, 조금만 물려고 해도 고양이보다 빠르게 손부터 뺀다. 그래도 내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이 시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날 바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