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 editor Aug 10. 2021

우리가 만난 고양이

날 바꾼 고양이_1

지금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꽁냥이는 길냥이 출신으로 맘씨 좋은 임보처에 있다가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사실 꽁냥이를 입양하기 전, 우리가 데리고 오려던 고양이가 있었다.


이름하여 삼색이.

삼색이는 남편과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는 회사 선배가 사무실 마당에서 케어하던 고양이 가족 중 막내 여자 아이였다. 곧 사무실이 리모델링할 예정이라 고양이 가족들의 입양이 시급했다. 물론 리모델링이 되어도 어디서든 잘 살 수 있는 아이들이긴 했지만 선배는 한 마리라도 입양이 되었음 했었다.


나는 고양이든 강아지든 곁에 두고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가는 것조차 무서웠다.

평소에 고양이만 보면 데리고 오고 싶어 했던 남편은 이때가 기회라 생각했던 건지, 남편이 그냥 보고만 오자고 얘기했고 우리는 고양이를 보러 갔다.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들, 남편은 가까이 가기도 하고 간식을 주기도 했다.

주차장 한쪽에 살던 고양이 가족들은 대략 여섯 마리 정도 되었다. 대부분 치즈냥이었는데, 우리 눈을 사로잡은 아이는 검은색과 갈색으로 얼룩진 무늬에 흰색의 턱시도를 한 삼색이었다.


가까이 오지 않을 거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따라나섰지만, 사람의 손을 많이 탔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우리가 간식과 건식 사료 등을 꺼내자 고양이들이 몰려왔다. 남편은 자연스럽게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면 만지기도 했지만 나는 처음에는 직접 주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간식을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발로 간식을 잡는 아이도 있었고, 한 입 더 달라고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고양이들은 가까이 와서 놀기도 하고 아는 체도 했는데, 우리가 데리고 가려던 삼색이만이 심하게 경계를 했다.


얼굴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번 찾아가 겨우 삼색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가까이 오지도 않고, 우리를 본채 만채 하는 삼색이를 보며, 데려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 혹은 안 데려오는 데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으로 유인해 겨우 사진 찍었던 삼색이, 그리고 그녀의 오빠들

의외로 남편은 빠르게 고양이 매력에 빠졌다. 계속해서 삼색이와 그의 가족들을 보러 가면 갈수록 남편의 생각은 확고해졌고, 나 역시 고양이의 귀여움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고민이 되었다.

잘 키울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불편함 같은 걸 남편과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편은 데려오겠다고 확신했고, 난 계속 의심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마음 한 구석에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반려 동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공사가 진행되는 시간이 다가왔고, 결전의 날이 왔다.


포획을 위해 구매한 이동장과 간식, 장난감 등을 챙겨 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잡을 뻔하다가 놓치게 되면서 삼색이는 우리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이맘때는 비가 엄청 오던 여름이라 세차게 내리는 비로 우리는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포획을 위해 갔을 때 첫 번째 실패를 삼색이도 기억하는지 처음보다 더 경계했다. 아예 손이 닿지 않는 담장에서 내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를 차선으로 다른 아이라도 데려가려고 했다. 남편과 선배는 고양이 한 마리를 건물 안으로 유인해 잡으려고 했으나 벽으로 점프하고 여기저기 부딪치며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건물 안에서는 엄청난 난동이 일어나고 밖에서는 고양이 가족들이 건물 근처로 몰려들었고, 연신 나를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해하는 걸 보며 나는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고 있는 가족을 우리가 떨어뜨려 놓으려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한 차례 고양이 입양에 실패하자 나와 고양이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택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언감생심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잘됐다고 생각하며, 남편에게 조금 더 고민해 보자고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