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현 Jan 03. 2019

오래된 여행기를 쓰기 전에

일본 자전거 건축 여행기에 앞서

이 시점에서 9년이 지난 여행을 글로 남긴다.


지금 이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건 미루고 미뤘던 나에 대한 반성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상에 조금씩 적응을 하며 작아진 나에 대한 반발심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날 당시 가길 원했던 길을 가게 되었지만, 그때 내가 상상했던 내 모습이 되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생각들로 나를 책상 앞으로 앉게 하여 글을 쓴다.



시간은 기억과 느낌, 감정을 흐릿해지게 하고, 보정하기도 한다. 머릿속에서 어떤 것은 과장되기도 하면서, 어떤 것은 흐릿해지기도 한다. 어떤 부분은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9년 전 여행을 하나하나 기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 그때의 나는 뭔가 기록한다는 것에 목메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막 국내에 나올 시기였지만(아이폰이 국내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대부분 피쳐폰을 주로 쓰던 시절, 기록을 위한 수단을 따로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때는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택했던 수단은 사진, 노트 필기 그리고 녹음기였다. 여행 중 촬영한 사진들과 작성했던 노트, 녹음본을 통해 당시의 상황과 감정, 생각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무언가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남기려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말이다.



오랜시간 동안 혼자 간직했던 이야기.


지금 보다 더 젊었고, 열정적이며, 도전적이었으며, 두려움도 많았던 그때.

어떠한 자신감이었는지, 아니면 무지에 의한 용기였던 건지 모를 여행을 떠났다.

자전거 하나에 의지한 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