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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쵸비 Mar 09. 2020

#05. 가르치는 방법에는 왕도가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왕도를 만드는 세대들의 행진에 길을 내어 줘야한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격언|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기원전 300년경에 활약한 수학자 유클리드의 일화로부터 유래된 말이다. 학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황제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수학자 유클리드에게 기하학 강의를 듣는다. 강의가 너무 어려워 황제는 유클리드에게 이렇게 묻는다.     


   “기하학은 정말 어렵구나. 좀 쉽고 빠르게 배우는 방법은 없느냐?” 유클리드는 “대왕이시여, 기하학에는 왕도가 따로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후에 요령을 부리지 말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일 때의 격언으로써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로 바뀌었다.    


   왕도(王道)의 사전적 의미는 1.임금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2.인덕(仁德)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 3.어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한 쉬운 방법 등으로 정의되어 있다. 문맥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3.항의 정의를 적용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서 쉬운 길을 찾고자 할 때 ‘(명사 ○○)에는 왕도가 없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심지어 ‘정치에는 왕도가 없다’ 라는 말도 있다. 즉, 덜 힘들면서,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란 없다. 라는 의미다. 하지만 일본 메이지 대학교 문학부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가르치는 방법에는 의외로 왕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업무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가르치는 힘’이 필요한 사람은 학교 선생님과 강사님들만이 아니다. 사실은 많은 직장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직장의 업무도 새롭게 배워야 할 일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하직원이나 신입 사원을 단기간에 가르치지 않으면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직장에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예전에는 2~3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처리하게 되었다. 즉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업무량이 현저히 증가한 셈이기도 하다. 게다가 시대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업무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고 하자. 학교를 막 졸업한 신입사원인 경우도 있고 다른 부서에서 이동해온 경우도 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경험이 없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최소한의 내용은 부서에서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교육을 전담하는 선임자가 있을 리 없다.     


   누군가가 자신의 업무와 병행하면서 가르쳐야 한다. 본인의 업무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쁜데 새로 업무가 추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업무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쌓인다.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니면서 남을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르치기'에 대한 두 가지 마음가짐과 실행 방법


   이제는 신입사원이 상사의 행동을 보고 익히는 시대가 아니다. 손기술을 활용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장인(匠人)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분야에서는 제자가 스승의 기술을 보고 익히는 관행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직장에서는 상사나 선배의 언행을 살펴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일단 되는 대로 해 봐’ , ‘보면 알겠지?’ 라는 방식은 금물이다. 신입사원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배우는 사람은 상사나 선배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제 직장에서도 효율적이면서 세밀하게 가르치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즉 가르치는 일 자체가 일상 업무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우선 직장에서 ‘가르치기’에 대해 가져야 할 두 가지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짚어본다.     


   첫째. ‘가르치기는 업무중 하나‘ 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모두가 역할을 분담해서 ’가르치는 순환구조를 만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정한 누군가가 모든 교육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는 방법 또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개인이 개인에게 경험으로 알게 된 지식을 일대일로 가르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직 전체가 가르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전자는 ‘가르치기’의 기본형태다.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에 많이 좌우되는데 포인트를 잘 잡아서 요령 있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가정교사는 어떤 아이를 가르치더라도 실력을 향상 시킨다. 후자의 전형적인 예는 ‘구몬식 학습’이다. 누군가 세세하게 지도하지 않더라도 프린트를 한 장씩 해결해 나가면 자동적으로 몸에 익히게 된다. 획기적인 공부법이다.  


    

|배우는데 왕도가 있으면 가르치는 방법에도 왕도가 있을 것


   일본 고교야구에서 고시엔에 단골로 진출하는 전통의 강호 학교는 대개 ‘연습 메뉴’를 체계화해 놓았다. 아마도 오랜 기간 축적해서 확립한 것일 것이다. 신입 야구부원은 그 메뉴를 소화해 나가는 동안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 그러므로 강호 학교는 세대를 교체해도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른바 조직의 암묵적인 규칙이 개인을 성장 시키는 것이다. 가장 알기 쉬운 예는 종교 계율이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에서는 예배는 이렇게 한다, 식사는 이렇게 한다는 행동 규칙을 정해 놓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대로 흉내 내어 따라 하다 보면 복잡한 계율도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다.    


   요리사 최강록씨는 몇 년 전 전국민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쉐프 코리아2'의 우승자이다.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연일 경악을 안기며 1등을 했다. 경연장에서 조리를 하는 동안 어디서 요리를 배웠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물쭈물했고, 심사위원은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의 대답은 '만화책을 보고 배웠다'였으며, 세 명의 심사위원은 아연실색해 어쩔 줄 몰랐다. '감히 네가 요리를 뭐라고 생각하기에'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부분의 유명 요리사들은 고급 호텔에서 선배로부터 요리의 기술을 사사 받는다.     


   최강록씨는 요리를 배우는 데도 왕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배우는 데 왕도가 있으면 가르치는 방법에도 왕도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왕도는 기성세력, 이해관계자, 배후조정자의 이익을 위한 장치로 치부되어 왔다. 앞으로는 새로운 왕도를 만드는 세대들의 행진에 길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책 ‘가르치는 힘’을 참조하였음>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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