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학습열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쵸비 Jun 07. 2020

#07. 지금도 진행 중인 핀란드 교육개혁

*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핀란드의 교육 혁명..



 

|핀란드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단어, ‘노키아’|


   노키아는 1998년부터 13년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의 기업이다. 1865년에 설립되었으며, 초창기에는 종이를 만드는 제지 회사에서 출발하였다. 그 이후 케이블 회사와 고무 회사의 합병을 통하여 전자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였다.


   현재는 통신 시스템을 개발, 제조, 판매, 무역, 디지털 휴대 전화 네트워크 공급 등을 하고 있다. 한때 휴대 전화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모바일 중심으로 흘러가는 휴대전화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결과는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애플과 LG전자에도 추격당하게 된다.


   2013년에 결국 노키아는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게 된다. 핀란드를 떠올리면 무엇이 연상되느냐고 물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키아”라고 답한다. 노키아가 잘 나갈 때 핀란드 내 비중은 엄청났다. 2000년에는 순이익이 GDP의 4%, 수출의 20%에 달했다.


   2000년 핀란드 GDP성장의 반은 노키아의 몫이었다고 한다. 2011년 중반까지 노키아는 일류 이동통신 회사였다. 2010년에 전 세계에서 팔린 휴대폰의 약 40%가 노키아 제품이었다. 노키아는 한때 세계 각지에서 약 13만 3,000명을 고용했고 2010년도 매출은 미국달러로 600억에 이르렀다. 세계 각지의 핀란드 외교관들에 따르면 핀란드와 연상되는 질문의 그 다음 대답은 “교육”이었다.     



|교육 하나로 세계 최고가 된 핀란드


   서울 인구의 절반 수준인 작은 나라 핀란드는 ‘교육’하나로 세계 최고가 되었다. 전 세계 교육계 종사자들은 핀란드의 놀라운 교육개혁 과정을 배우고 싶어 한다. 교육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우리나라도 핀란드의 도전과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 교육개혁 30년의 역사를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때는 교사로서 교육행정가로서 참여한 사람은 '파시 살베르그' 교수이다. 파시 살베르그 교수는 핀란드 교육개혁과정을 가장 잘 아는 내부인 이다. 핀란드 교육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비평가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이라는 책을 통하여 핀란드 교육개혁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핀란드 국가경쟁력 1위를 가능케 한 ‘핀란드 종합학교 개혁’의 특징은 첫째,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학생이 즐겁게 배울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교수법과 학습법을 개발하고 둘째, 진로지도와 상담을 필수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셋째, 성격이 전혀 다른 학교 즉 학구적인 중등학교와 실습 중심의 공민학교에서 일하던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이다.


   종합학교 개혁은 단순한 구조개혁이 아니라 핀란드 학교의 새로운 철학이었다. 적절한 기회와 지원만 뒷받침되면 모든 학생이 배울 수 있고,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가 되어야하며, 학교는 ‘작은 민주국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핀란드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국가로 명성을 얻게 된 구조적 토대가 바로 ‘페루스코울루’라는 새로운 종합학교이다. 이 종합학교는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합 과정에 해당된다. 7세~16세 연령의 학생들이 10학년 과정을 이수한다. 이때 1학년~9학년까지는 의무 과정이고, 10학년은 선택 과정이다.


   저학년 과정(1학년~6학년)에서는 학급 담임교사로부터 모든 과목을 교육받으나, 고학년 과정(7학년~9학년)에서는 과목별로 전공교사가 교육을 담당한다. 수업료, 교과서, 급식 등 제반사항이 무료이며, 학교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며, 국가보조금(100%까지 가능)을 지원 받고 있다.   



|교육의 미래를 기업과 협의하는 나라


   학교 시험과 숙제가 거의 없는 나라, 교육 당국의 학교 시찰이나 간섭은 엄두도 못 내는 나라. 그런데도 해마다 전 세계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수위권을 놓치지 않는 핀란드. 이 나라의 교육 철학이 일종의 '산학(産學)협력'적인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90년대 초 핀란드는 실업률이 20%에 이르며 1930년대 이후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중위권에 머물러 누구 하나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타개책이 필요했다. 핀란드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조언(助言)을 듣기 위해 노키아 등 기업까지 포괄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기업의 경쟁 논리가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할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달랐다. 더 놀라운 것은 노키아가 요구한 사항이었다.


"수학이나 물리학을 모르는 젊은이를 채용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실수하는 게 무서워 다르게 생각하거나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교육에서 창의력과 열린 마음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핀란드 교육에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혁신과 창의, 협업이라는 철학이 녹아들어 있었다.     


   핀란드에서는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시험을 자주 치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덜 가르칠수록 효과적이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와는 다른 정반대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교육과 관련해 ‘핀란드의 3가지 역설’을 만들어 냈다.


   첫 번째는 ‘적게 가르쳐야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공교육 수업시간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것이 여러 평가에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시험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시험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세 번째는 ‘다양성을 확대해 형평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민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개혁은 지금도 진행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핀란드 교육개혁의 핵심은 ‘우수한 교사들의 끊임없는 헌신’이다. 핀란드 국민들은 교사의 가치와 권위를 인정하고, 학교 교육만큼은 교사의 전문가적 통찰과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따라서 우수한 교사들이 없었다면 핀란드가 오늘날과 같이 탁월한 학업성과를 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당연히 교사이고 그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가도 이를 인정하고 교사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직접 교육목표를 세우고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핀란드 교육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최근 PISA 성적이 소폭 하락하는 등 핀란드 내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이 교육 여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시 살베르그 교수 스스로도 "핀란드 교육 개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이 개인 미디어를 이용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는 시대에 수업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개인 맞춤형 학습'을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미디어와 통신기술 발달로 사람들이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므로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라는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의 교육과 비교하게 되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너무나 쉽게 바뀐다. 점점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반면에 핀란드는 최고의 교육을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통해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교육제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행복하고 공평한 사회일수록 성취도가 높다. 핀란드 교육개혁은 주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교육개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핀란드의 교육개혁이 진심으로 부럽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06. 고스톱, 레고, 총기분해의 공통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