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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쵸비 May 07. 2023

#11. 부내편_부하 사원 내편 만들기_01

*지시는 긍정적이고, 명확하게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퇴근하는 중이다. 저녁에 딸아이 생일 축하할 일을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자동차는 신나게 달려 벌써 터널이다. 이 터널을 빠져나가 곧장 달리면 집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터널 안을 달리던 중 갑자기 터널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정수는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뿐이다.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구조대는 언제쯤 무너진 터널 안으로 들어와 정수를 구조해줄지 기약이 없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터널’에 대한 이야기이다. 터널 안에 홀로 갇혀 있는 정수의 답답한 마음처럼 직장인들도 가끔 상사의 명확하지 않은 지시 때문에 답답할 때가 있다.    

  

   팀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팀 회의가 끝나면 팀장을 빼고 팀원들끼리 다시 모이는 경우가 많았다. 팀장이 내린 업무지시에 대해 별도의 해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팀 회의 자리에서는 다들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모두가 이해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팀장에게 이해가 잘 안된다며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는 말을 꺼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팀원들끼리만 모인 자리에서 최대리가 먼저 한마디 던졌다. “그 말이 무슨 말이었어요? 이해 돼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다들 못 알아들은 눈치다. 그 정적을 깨고 김 과장이 말을 이어간다. “아마 그건 이런 의미 일거야!” 확실하지 않지만 추측성의 말로 팀장의 의중을 해석한다. 상사의 애매모호한 업무 지시로 인하여 팀원들이 모여 다시 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비효율적인 광경인가!



   부하 사원에게 업무지시를 할 때도 상사의 입장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언젠가 상사로부터 긴급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 퇴근 시간을 30분 남겨 놓고 다음날 아침까지 업무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이다. 그 업무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부하 사원인 최대리를 불러 선약이 있는지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최대리는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나는 최대리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최대리, 급한 일이 생겼는데 이 일은 최대리 아니면 할 사람이 없네” 최대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슨 일인데요” 나는 업무 내용의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결국 최대리는 약속을 취소하고 긴급 업무를 처리했다. 상사라고 해서 퇴근 시간 임박해서 다짜고짜 ‘시간 있지?’ 해서는 안 된다. 부하 사원의 기분을 적당히 다독거려 줄줄 아는 상사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잘 안 되는 것은 일을 편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떤 상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부하 사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여 가져오는 자료만 보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덧붙여 일을 쉽게 마무리 하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이런 방식은 업무의 품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상사 자신에게도 마이너스다. 부하 사원에게 명확하게 지시할 힘을 잃게 된다. 물론 처음 해보는 업무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상사라면 이런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해당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상사가 정확히 알아야 부하에게 업무지시를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소통의 문제를 상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인사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상사의 지시를 받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마무리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상사에게 보고를 했다. 그런데 상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 이거 아닌데? 다시 해야 할 거 같은데.”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상사가 지시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필자 생각대로만 보고자료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필자는 3일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상사의 명확한 업무지시도 중요하지만 부하 사원의 태도와 일처리 방식도 중요하다. 부하 사원의 입장에서 업무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상사로부터 지시 받은 내용을 무조건 문서화 한다. 지시받은 내용이 맞는지 상사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갖게 되면 업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상사에게 중간보고를 생활화 한다. 중간보고를 통해 상사는 자신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졌는지 확인할 수 있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줄이면 업무 시간도 절약하고 업무의 효율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상사가 부하 사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약간의 언어습관만 바꿔도 효율을 몇 배는 높일 수 있다. 미네소타대학의 대니얼 호르한(Daniel Houlhan)은 유치원 교사들에게 부탁해 아이들에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지시를 내리도록 했다. 교사들은 일정기간 동안은 항상 긍정형 지시를 사용했다. 예를 들면 “자, 여러분 일어나세요.” , “공을 정리하세요.” 하는 식으로 요청하는 방법이다. 그 기간이 끝난 뒤에는 부정형 지시를 사용하게 했다. 이번에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장난하지 마세요.”, “뛰지 마세요.”하는 식으로 ‘~하지 마라.’ 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 지시였을까?      


   대니얼 호르한의 조사에 따르면 긍정형 지시 때에는 92%가 넘는 아이들이 지시를 따라 주었다고 한다. 부정형 지시의 경우는 50~60%에 머물렀다. 긍정형 지시가 압도적으로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부정형 지시는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하지마.’ 라는 지시가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지시 방식을 잘못 선택하면 상대방은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만약 남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내가 평상시 어느 쪽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직장 내에서 상사가 부하 사원에게 지시를 내릴 때에도 지시 방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주 사소한 말투 하나에도 부하 사원들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정형의 지시보다는 긍정형의 지시를 사용해서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부하 사원의 마음을 활짝 열고, 나아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부내편_부하 사원 내편 만들기 2편에 계속 됩니다)


[참고문헌]

직장의 고수(2017.02).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행복한 대화법(2006.09). 신영란 지음.






<*이미지 출처: 네이버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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