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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Kim Jan 22. 2019

영어 발음, 어디까지 해야하니?

영어 발음의 핵심

내가 중학교때 다녔던 회화학원에 첫 선생님은 뉴요커였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30대로 보이는 아저씨.

인상은 참 좋았지만, TV에서 보는 세련된 뉴요커의 이미지는 간데없고,

꾀죄죄한 코트만 항상 입고 다니는 그냥 미쿡 아저씨였다.


한달쯤 있다가 캐나다에서 새로운 남자 선생님이 왔다.

잘생겼다. 여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

한국에 처음 왔는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물론 나는 그때 학원다닌지 얼마 안되어 별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학원아래쪽에는 꽤 큰 비디오가게가 있었는데, 거기 선생님 닮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포스터에.


그래, 그 사람 닮았다.

에단호크(당연히 줄리델피를 닮진 않았겠지).


"아, 당신, 남자인 내가 봐도 잘생겼다 에단호크 닮았다."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남자인 내가봐도' 이건 너무 어려우니까 빼고 나머지 부분만 해보자 싶었다.

마침 내가 존경하는 학교 영어선생님게서 look과 look like의 차이를 열심히 설명해 주신 터였다.

look다음에는 형용사나 부사, look like다음에는 명사.


열심히 연습했다. You look like 에단 호크.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에 살짝 얘기했다. 용기내서(정말 용기가 필요했다)

나: "유 룩 라이크 에단 호크. 핸섬"

에단호크 닮은 선생님: "I look like what?"

나: (당황) 에...에단 호크..

에단쌤: "Sorry... Who?"

나: (마음을 추스리고.. 흠흠 이럴줄 알았지. 스펠링도 찾아왔지) 오케이.. E, T, H, A, N... H, A, W, K

에단쌤: "Oh, Do I look like ETHAN HWAK? Thank you!"


그 때 그 발음 "이이떤 하아앜"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내 영어발음 인생을 바꾼 사람이 바로 에단호크다.

"이이떤 하아앜"과 "에단호크"는 절대 같은 사람이 아니다.


발음은, 중요하다.


그런데 당최 어느정도까지 발음해야 하는 걸까? 정녕 원어민스럽게 해야하는걸까?


뭐, 내가 영어교육학에서 들은 대답은 "Intelligibility"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이 어려운데, 그냥 상대방이 '알아듣을 정도로'하라는 것이다.

원어민 처럼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의사소통을 가장 중시하는 영어교육학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인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여기서부터는 정밀하지 않는 내 경험이다)


일단 발음에는, 단어수준의 발음과 문장 수준의 발음이 있다. 오늘은 단어에만 한정해서 이야기해 본다면..

단어를 발음할때는 원어민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발음을 제대로 해주는 것이 좋다.

b/p, v/f,  s/z 등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면 원어민은 당신 발음을 들으면서 오해할 가능성이 많다.


단어를 구성하는  음은 입안의 어느부분에서 소리가 나는가(조음위치), 공기의 흐름이 어느정도로 방해받는가(조음방법), 성대가 진동을 하는가(유성음-무성음) 등으로 구분을 하는데, 위에 있는 발음들은 셋 중에 두개가 같다.

v와 f를 예로 들어보면, 둘 다 윗니가 아랫입술에 닿으면서 소리가 나고(순치음), 공기의 흐름이 방해받아 마찰을 일으킨다(마찰음)는 점은 같지만, v는 성대가 울리는 반면 f는 울리지 않는다는 점은 다르다. 한마디로, 비슷한 원리로 소리가 나는 음, 비슷한 소리가 나는 음이지만 엄연히 다른 음들이라는 이야기다.

비슷한 음들은 확실하게 구분해서 발음해줘야 한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은 괜히 나온말이 아니다.

만약 pizza라는 단어를 지금 발음했을때 '핏자'라고 발음이 안된다면,

목에 성대에 손을 대고 이 단어를 발음했을때, '핏'하고 성대가 울렸다가 아주 잠깐 성대가 닫힌 다음 다시 성대가 열리면서 '자'가 발음이 안된다면,

또 '자'를 발음할때 혀와 입천장 사이로 소리가 아주 찰지게, 빡빡하게, '스'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공기가 빠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지금 잘못 발음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거 말고도 주의할 발음은 많다. 그런데, 혀가 소위 확확 굴러가지 않는데도 영어 잘한다고 소문난 분이 있다.

바로 이분.

https://www.youtube.com/watch?v=3bF6JisNCVA


이 영상에서는 어휘나 문법, 패턴 등등을 분석을 하지만.. 이 분이 왜 영어를 잘하는지 사람들마다 말이 많은데..(사실 이 분 발음이 안좋다고 딴지거는 분도 많이 봤다)


적어도 발음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말한 자음들의 발음을 절대 정확하게 원어민처럼 하시지는 않는 것 만은 확실하다. 김치냄새가 좀 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분의 영어를 잘 못알아들을 원어민은 거의 없다고 확신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액센트가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액센트다.


우리는 r 발음처럼 혀가 휙휙 굴러가야 원어민이 잘 알아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혀만 많이 굴리고 듣기싫은 영어도 많이 들어봤다.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단어나 문장의 정보를 전달하는데에는, 혀를 굴리는 것 이상으로 인토네이션이 훨씬 중요하다.


이 단어 한번 발음해보자.


Lyrics


이단어의 액센트는 어디?


스라고 읽었으면 미안.


 뤽스라고 읽어야 한다.

 r발음을 굳이 살려서 하지 않더라도 액센트를 1음절 '리'에 잘 줘서 발음하면 원어민들은 거의 백프로 잘 알아듣는다. r이 가진 정보량 보다 액센트가 가진 정보량이 크기 때문이다.


자음의 발음은 혀가 정밀하게 많이 움직여야 되어서 사실 다 커서 배우기란 쉽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액센트는 혀가 움직여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도레미파솔 정도 음계만 잡으실줄 알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반기문 총장님의 액센트는 매우 정확하다.

영상을 보면 possible, impossible, continue이런 단어들만 봐도 액센트가 어디 오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듣는사람 귀에도 쏙쏙 들어오고 잘못 들을일이 별로 없다.


발음에 자신이 없다면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의 액센트를 알고 있는지부터 점검하자.


단어를 외우면서 공부하고 있다면 스펠링은 개나 줘버리고 액센트를 정확하게 외우자.


여담으로 이 단어의 액센트는 어디에 있을까?


Traditional


"트"레디셔널 이라고 읽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표준어 구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트레"디"셔널 이라고 읽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 또는 경상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는 경상도 사람.


내 발음은 좋냐고?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ps. 경상도 사람이 발음이 좋다고 치켜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우연히 경상도 발음이 영어발음과 비슷한 단어를 찾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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