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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Jul 22. 2019

개발을 위한 GIS: 2019 Esri 사용자 컨퍼런스

by 김연주

지리 정보 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이란 지리 공간 정보(geospatial data)를 수집, 저장, 편집, 추가, 조정, 분석, 표현할 수 있는 통합적인 체제를 말한다. 지리 공간 정보는 위치를 알려주는 정보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우편 주소나 위도와 경도로 표기할 수 있는 지리적 좌표도 포함하지만 우리의 신체 부위, 지구 밖의 공간 정보, 해발 높이 등 다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도 포함한다. 지리 정보 시스템을 사용법이 발전되고 사용기관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이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사용자가 많은 회사가 Esri(에즈리)이다. Esri의 제품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소프트웨어가 ArcGIS가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앱들이 있다.


Esri는 지역과 분야별로 포럼과 컨퍼런스를 열지만 매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종합적인 사용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 사용자 컨퍼런스는 7월 8-12일에 샌디에고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고 약 2만 명이 참석했다. 필자도 아메리칸 대학의 지원을 받아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지리 정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세계적, 인류적인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20~30년 전에는 정보수집이 원활하지 못해 정보 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어려웠다면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떻게 정보를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인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다”(See What Others Can’t)는 지리 정보 시스템이 많은 정보를 시각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함으로 인해 실증적인 증거에 기반한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국제개발이나 인도지원 사업은 급격히 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져야하므로 가능한 한 정확한 정보와 큰 그림을 한꺼번에 보고 어떻게 자원을 분배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분석해서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지리 정보 시스템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2019 Esri 사용자 컨퍼런스 주제: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다

예를 들면 전체 회의 발표자 중 한 명인 제네바 국제 지뢰 제거센터(Geneva International Centre for Humanitarian Demining, GICHD)의 총장 스테파노 토스카노(Stefano Toscano)는 지리 정보 시스템이 지뢰 제거센터의 개발사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제네바 국제 지뢰 제거센터의 경우 분쟁 후에도 아직 실존하는 위험 때문에 땅을 개발하지 못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지리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다른 전체 회의 발표자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회장 게리 넬(Gary Knell)과 침팬지의 행동 연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인 구달(Jane Goodall) 등이 참여했다. 모두 각자의 분야, 조직에서 다양하게 지리 정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 아동 기금(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ICEF),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유엔 난민기구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 등 여러 국제개발 기구와 비영리단체가 지리 정보를 통해 어디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또 누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각 개발 사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며 여러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컨퍼런스는 왜 필요한 것일까?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지리 정보 시스템의 유기적인 역활을 이해할 때 세계적인 문제해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더 크게는 환경과 식물, 동물들과 인간들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파리와 난민과 분쟁도 등이 모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번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기관 중 하나인 아프리카 공원 재단(African Parks Foundation)의 일은 단순히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가람바 공원 변두리엔 수단의 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이 사는 3개의 난민촌이 있고 자연을 보호함과 동시에 난민들을 보호하고 지역의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프리카 공원 재단의 일이다. 공원 경비원들은 난민들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공원의 자원을 사용하고 생태계를 같이 보존할 수 있도록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불법 사냥을 목적으로 공원을 침입하는 반란군을 추적하고 체포함으로써 난민촌과 공원 변두리 마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전 지구적 문제, 인류의 문제는 통합적으로 연결해서 생각할 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도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고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없어요”(“We cannot protect biodiversity without improving the lives of people”). 풀어서 말하면 경제적 개발이나 이익을 앞세워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자연 보호의 명분으로 주변에 일어나는 분쟁과 폭력을 무시하거나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2019 사용자 컨퍼런스 전체 회의 3부 - 왼쪽부터: 잭 데인저몬드 (esri 사장), 제인 구달, E.O. 윌슨

이미 지구와 인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다소 순진하고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리 정보 시스템은 계속 발달하고 있고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처럼 지리 정보 시스템 같은 기술이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리라 믿으며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힘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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