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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May 19. 2021

여행의 이유_커피와 바다

왜 자꾸 떠나냐고 물으신다면

보름간 제주살기 

여전히 불안하지만 큰맘 먹고 휴가를 쓰기로 하고 제주에 왔다. 

(연차가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자리를 비울 때마다 불안하다)


그럼에도 왜 자꾸 떠나냐고 물으신다면

온전한 나의 속도에 맞추어 하루를 구성하는 게 좋다. 

물론 여행을 가지 않아도 주말을 이렇게 보낼 수 있지만 가끔은 익숙한 환경에서 훌쩍 떠났을 때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해외는 갈 수 없으니 제주를 가기로 했지만, 제주는 기대보다 좋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하루를 온전히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보낼 수 있어서다. 이유도 변명도 필요치 않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의 하루가 나의 하루가 아닐 때가 많다. 지옥철에 치여서 출근을 하고, 가끔은 원하지 않는 메뉴를 점심으로 먹기도 하고, 내 계획과는 철저하게 다르게 모니터링 시트를 만들기도 한다. 

나는 항상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아무리 늦게 자도 야속하게 아침 일찍 눈이 떠져버린다. 보통은 일찍 일어나면 회사로 향한다. 제주에서는 일찍 일어나니 테라스로 향했다. 도저히 안 일어나고는 못 배길 듯이 햇빛이 강한 아침도 있었고 구름이 바다까지 내려와 흐린 아침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일어나면 테라스로 갔다.

가만히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어젯밤 고민도 오늘의 고민도 파도소리와 부서져서 다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눈을 뜨면 바지만 후딱 갈아입고는 밖으로 향했다. 첫날은 해안가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카페가 있는 숙소였다. 제주의 카페는 느지막이 열고 일찍 닫는 편이었는데 항상 아침 일찍 여는 카페가 근처에 있었다. 

주로 커피와 크로와상을 시키고는 빨간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한껏 여유를 부리고 얼음이 부딪혀 쟁그랑 쟁그랑 소리가 날 때까지 카페인을 다 흡수하고는 숙소로 들어와 샤워를 했다. 

어쩌면 내가 자꾸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내 하루의 주권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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