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법
매년, 아니 거의 매번 솔로트립- 혼자서 여행을 매년 여행을 다녀온 내가, 1년반전 지난 베트남 여행을 끝으로 계속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내 마음속 저 아래에서부터 뭔가 모를 불만족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지 못하면, 뭔가모를 불만족이 생기는 이유.
혼자여행은 자유롭다. 혼자여행은 낯선 것들과 낯선 사람들에 둘러쌓인 온전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건, 낯선 숙소에 쳐박혀 책을 보건, 밤새 파티를 하건, 내가 누구라도 상관없고 낯선이들은 신경 관심 1도 없다.
이번 여행은,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생각을 정리할 필요에 의해 생각을 하게되면 더더욱 늘어지고 쳐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길든 짧든 본인의 생각의 길이에 맞춘 여행을 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환경과 상황에서 나만의 루틴을 따라가면서 생각을 자연스럽게 "여행" 하는 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이런 여행의 목적에 맞춰 선택한곳은 포르투갈이었다.
낡은 외벽이 그대로 드러난 건물과 새롭게 알록달록 칠한 외벽의 건물들이 엉켜있는 리스본의 거리는 같은 유럽일지라도 런던과는 정말 확연하게 다르다.
리스본의 일요일엔 그저 낡은 외벽의 아름다운 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건물들 사이 요리조리 걸어다니는것만으로 재밌다.
혼자 여행의 장점. 인기있는 레스토랑이라도, 기다릴 필요없이 Bar 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런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과 따스한 직원들의 대화. 레스토랑밖에는 와인과 술을 마시면서 기다리는 인파가 줄을 길게 서 있는데, 나는 Bar 에 앉아 직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옆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렇게 음식을 혼자인듯 아닌듯 즐길 수 있었다.
역시나 포루투갈의 시푸드 요리는, 런던에서 내가 애정하는 스페니쉬 타파스 레스토랑보다 반도 안되는 가격에 두배이상으로 맛있다.
사실 처음에는 "와- 유럽이다" 하고 모든 유럽스러움이 이국적이고 행복하게 만든다. 물론 유럽의 어느 도시마다 각자 그만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도시의 루틴은 어디라도 비슷하다. 갤러리나 뮤지엄, 레스토랑을 가고, 카페를 가고, 그곳의 호텔에서 각자방에서 지내고, 파티나 공연을 가는것. 새로운사람을 만나거나, 도시에서 혼자만의 고독을 "척"하면서 즐기거나.
내게는 똑같은 국가라도 각 지역마다 고유의 색과 매력을 가진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 을 가는것이 그 나라를, 그 나라의 사람들을 제대로 보고오는 경험이었다.
이번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루틴을 가지는 여행을 하는 만큼 리스본은 내겐 그져 거쳐가는 관문일 뿐이었다.그래서 아침일찍 버스를 타고 리스본을 벗어나 리스본 남서쪽의 알렌테주 지방으로 향했다.
이지역은 대서양 (Atlantic Ocean) 을 끼고 있어, 여름에는 서퍼들의 천국이자 세상에서 정말 아름다운 내츄럴 수영장 같은 평온함을 가진 해안지역이다. 반면, 내가 갔던 11월 지역은 바람도 많이 불어 대서양은 그 해안을 집어삼킬만큼의 집채만한 파도가 우렁찬 소리를 내는 , 그야말로 '대자연'을 보여준다.
그런 대서양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고,
파도소리를 듣고 하루를 마감하고 시작하는 루틴.
이것이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여행이다. 단순하고, 하루가 천천히 정직하게 흘러간다.
우렁찬 파도소리만 들어도 내가 그 속에 빨려 들어갈것만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을 비워낸 후 절벽을 따라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선다.
그리고 단 하나의 생각만 남은채 또 파도소리에 다른 잡다한 걱정과 고민들이 지워져버린다.
그리고 온전한 비수기라 정말 사람들이 없다. 한가지 단점은 문을 연 레스토랑도 거의 없다. 그래서 동네 수퍼에서 장봐서 먹는다.
방안에 혼자 일어나 낯선 광경의 아침을 맞이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떠오른다.
알렌테주의 대자연.
혼자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숙소.
이 두가지가 여행을 이곳으로 온 이유의 전부다.
2017년에 혼자 여행을 할때 만난 친구의 친구가 운영하는 숙소. 돈을 엄청 벌기위해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숨겨진 곳이라 성수기를 지난 이곳은 텅텅비어있다.
인터넷도 제대로 안되고, 그야말로 내 속만 채우고 비운다.일반적인 나의 외부환경과 루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정말 10일 정도만 딱 지내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이곳.
너무 내게 착-맞는 공간. 그 공간의 기운과 나라는 사람의 기운이 착 맞아떨어지는 그 기분.
"이렇게 착 맞는 기운이 가득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생" 이면 좋겠다.
그곳이 런던이든, 포르투갈이던, 동남아던, 한국이던 상관은 없다. 그저 내 기운과 착 맞는 기운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살고싶다.
포르투갈 알렌테조에서 매일의 아침 풍경. 다행인지 불행인지 날씨는 종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했다.
느릿느릿 아침을 먹고, 책을 읽고,
아침산책을 나가고, 동네 수퍼에서 장을 보고,
책을 읽고 쉬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또 오후에는 2시간 정도 하이킹을 나갔다가 어스름이 깔리면 집으로 돌아온다.
샤워 후 저녁에는 직접 요리를 하고, 와인한잔을 하며 글도 쓰고 책도 읽는다.
그리고 하루를 마감한다.
이젠 어디를 가더라도 자연을 보다 가까이 진짜"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만나게 되는 곳이 좋다.
나이들었나. 아무튼 좋다.
오후 5시는 마법의 시간. 하늘도 이 작은 마을도 이렇게 물든다.
사실, 너무 짧은 일정이었다.
언젠가, 이곳에 장기 숙소를 찾아서 이렇게 단순하고 자연에 일부가 되는 그런 루틴을 최소한 1달 이상은 해보고 싶었다.
포르투갈의 알렌테조. 에서 생각을 정리했느냐?
아니다. 오히려 새롭게 하고싶은 것들이 떠올라 생각을 더 하고 말았다.
생각을 비우든, 채우든, 이런 시간은 정말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허락되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들로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조용한 대자연으로 혼자 걷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여행으로 그 생각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중요한 점은, 소셜 미디어 SNS 에서 보여지는 그런 남들의 보여주기 여행이 아니라, 진짜 내가 "혼자만의 이 시간" 에서 얻고 싶은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포인트를 잡아 찾아보고 그 장소와 여정을 결정해 보길 바란다.
나는 자연속의 루틴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장소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숙소가 필요해서 알렌테조 (또는 알렌테주) 를 찾았다.
이 여행은 내 생각을 실타래를 푸는 시작일 뿐이었다.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시작은 할 수 있었다.
작가소개
런던생활 8년차. 영국 광고미디어에서 기획 디렉터로 근무중이나, 퇴근 후에는 런던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며 인생 제3챕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며 경험하고 얻는 인사이트와 비지니스 아이디어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며, 가끔 "슬로우 여행"이야기, 트렌디하지 않은 취향의 여행기를 기록합니다.
인스타그램 @london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