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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황 Dec 18. 2018

모발이식과 도시-재개발

서울시장 박원순의 정수리와 을지로 개발에 관하여

*주의 : 굉장히 언피씨한 글입니다. 


박원순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지방선거가 진행되던 때, 갑자기 머리숱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박원순이 머리에 무슨짓을 했든 효과는 대단했다.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다. 흑채의 효과라는 사람들, 스타일링의 변화라는 사람들, 부분을 썼다는 사람들, 모발이식을 한 거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토록 머리숱에 관심이 많다. 그렇게 갑자기 외모에 변화가 일어나 한결 젊어 뵈는 박원순이 3선에 성공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모발이식을 했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높은 확률로 모발이식 시술을 받았을 거라고 보고 있다. 왜냐고? 그의 성정 때문이다. 그는 오래되어 낡고 초라해진 것을 새것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하는 사업들을 보라. 말이 좋아 도시재생이지 이명박이 하던 재개발이나 오세훈이 하던 재개발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의 이런 도시 개발 중 가장 거슬리고 화나는 것은 을지로 재개발 인가 건이다. 건드리면 안 되는 곳을 건드리고 있다.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세운상가를 박원순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단장했다. 그곳에선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작업공간이나 전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그곳에 예술가들이 드나들게된 데는 역사-경제-지리적 맥락이 있다. 을지로와 청계로에 즐비한 각종 상가들을 예술가들이 애용하기 때문이다. 그곳의 상인들은 수많은 재료나 공구를 팔고, 미술대학 학생부터 원로 작가들까지 그곳의 자원을 이용한다. 서울에 있는 미술대학들이 지방의 미술대학들에 비해 내세울 만한 단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바로 을지로와 청계로의 상가와 가깝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상권 때문에 심지어 을지로엔 전시공간 몇 개가 생기기도 했다. 나 역시 대학 입학 이후로 지금까지 십수 년간 을지로와 청계로의 상가들을 애용하고 있다. 그만큼 해당 지역은 작가들에게 중요한 곳이다. 작가들 뿐인가? 수많은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들,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 패션 업계 관계자들, 건축업계 관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많은 소형 공장들, 페인트와 도료 가게들, 타일과 욕조 가게들, 조명 가게들, 화공약품 가게들, 공구상들, 여러 부속품 가게들, 철물점들, 장판과 벽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선 지역이다.


이곳을 대대적으로 건드린 것은 이명박이 처음이었다. 서울시장 이명박은 청계천 공사를 숙원 사업으로 삼고 임기 내에 완성했다. 청계천을 살린다는 목적을 앞세워 인공의 천을 만들고 그곳을 ‘보기 좋게’ 꾸몄다. 그러면서 동시에 동남권 유통단지, 그 유명한 가든파이브를 만들었다. 계획은 을지로와 청계로의 상인들을 모두 송파구 끄트머리의 그 새 상가로 이주시킨다는 거였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가든파이브에는 아직도 비어있는 곳이 많다. 임대료 차이가 엄청난 곳으로 몇 상인들이 이전했다가 쪽박만 차고 말았다. 그냥 보기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청계천을 꾸미고 새 상가를 만들었지, 을지로와 청계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경제-지리적 맥락, 즉 지역 인프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가든파이브를 보고 이명박이 싼 커다란 똥이라고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더이상 이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상인들은 한 번의 파도를 견뎌낸 후 을지로와 청계로에서 일상을 이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박원순이 그곳의 개발을 허가했다. 박원순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대체로 오독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콘텍스트를 아예 독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개발을 허용한다는 것은 저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을 거리로 내쫓는 결과와 반드시 마주치게 되어있다. 결국 부동산 소유자와 투자자들에게만 좋은 일로 귀결되게 되어있다.


모발이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절개형 모발이식과 비절개 모발이식. 사람의 탈모는 전두엽과 정수리에서 진행되고, 측두부와 후두부의 머리는 대개 마지막까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때문에 후두부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정수리와 전두엽에 심는데, 이때 후두부의 피부 일부를 절개해 살아있는 모낭과 머리카락을 뽑아 빈곳에 심고 절개 부위는 봉합하는 방법이 절개형 모발이식이다. 절개형 모발이식을 하면 봉합 자국이 남는다. 피부를 떼어내지 않고 곧장 모낭과 머리카락을 취해 빈곳에 이식하는 시술법이 비절개 모발이식이다. 봉합 자국 등이 남지 않지만 한 올, 한 올 채취해야 하므로 상당한 시술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후자가 보기에 좋겠다. 박원순 당신은 어떤 방법을 택했을까? 박원순 당신이 어떤 시술법을 택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제발 부탁하는데, 이 사실을 잊지 마시라. 서울시는 당신의 후두부나 정수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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