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매일 일기 쓰기 / 11일 차
햇살이 이렇게 좋으니 기분이 잔잔한 파도를 타고, 점점 올라가는 기분이다. 좋은 햇살이 카페 창문을 넘어 커피잔을 가득 채운다. 커피향이 따뜻한 햇살에 데워져서 더 은은해지는 기분이랄까? 향에 더해 맛도 한결 부드럽다. 약간 땀이 날 것 같을 정도의 따뜻함이 행복하다.
행복한 따뜻함이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감성적인 글 솜씨는 없고, 그런 감성도 없는, 로봇 같은 나 조차도 지금 이 순간은 마음껏 젖어들고 싶다.
한강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한다. 구글 뉴스를 훓어 보다가 멈칫! 처음에는 오보라고 생각했다. 물론 한강 작가님은 맨부커상도 이미 탔기 때문에, 만약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온다면 1순위이긴 하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은 양궁이 아니다.
우리나라 1위라고 노벨 문학상을 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당연히 ‘그건 안되는 거야’ 기자가 뭘 또 잘 못 썼구만.. 그런데 기사를 보니, 사실이었다. 요 몇 주간 흑백요리사로 도배 됐던 신문, 방송, SNS는, 어느새 ‘한강’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누가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단순히 우리 나라 작가의 역량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글 문학을 영어로 옮기고,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미 맨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일말의 가능성을 보인 ‘한강’의 문학인데도 나는 여전히 불신하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한강 작가님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님께서 패배감에 빠진 나에게 ‘희망’의 편지를 준 것 같다.
SNS를 돌아보니 한강 작가님을 혜성으로 표현 한 것을 봤다. 혜성이란 의미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가 한강이 등단한 것이 1993년이라고 한다. 그것도 시인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채식주의자로 대중에게 어느정도 각인된 것이 2007년 정도 될때다. 이것만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이후 이명박-박근혜정권 아래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공권력으로 어떻게든 지우려고 했다.
그러다 2016년에 맨 부커상을 타면서 대중들에게 완벽히 각인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1993년으로 24년이 흐른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2024년까지 그녀는 30년을 넘는 시간을 오직 ‘글’을 쓰며, 노를 저었다. 그 사이 창작자로서 그녀가 받은 불안과 고통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단지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지금의 화려함 일 것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순간 보다 더 빛나는 것은 30년, 길게는 작가 한강이 ‘작가’를 꿈꾸며 시작한 순간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을 ‘하나에 몰입하고, 뒤돌아 보지 않고, 자신을 옥좨던 공권력에 굴하지 않고, 물이 들어오던 들어오지 않던, 꿋꿋하게 노를 저어온’ 그 꾸준함과 열정이 아닐까.
그 시간을 생각하니, 지금 내가 겪는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것이 된다. 그냥 나도 노를 저으면 된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최소한 10년 이상은 노를 저을 뿐이다. 한강 작가님이 왠지 도전하는 모든이들에게 하는 말 처럼 들린다.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