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iot은 되지 맙시다.
Idiot은 그리스어 이디오테스(ἰδιώτης , idiōtēs)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당시 아테네에서는 ‘폴리스 즉,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국가,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국가, 사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가르켜 이디오테스라고 불렀습니다. 즉 이디오테스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였던 것입니다.
그리스, 그 중 아테네는 민주주의 발원지 입니다. 물론 지금과는 다르게 아테네 시민중에서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은 일부였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 민주주의 초석은 아테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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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일주일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화요일에 블록 제작 작업을 하고 제 밤의 조그만 행복인 반신욕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고, 술을 못하지만 와인 한잔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놀란 소리로 “오빠,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데”라고 놀라서 말했습니다.
당연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죠. 물론 민주당에서 3-4개월 전부터 정부에서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박근혜 탄핵 당시 이미 계엄령을 준비하던 문건이 발각된것을 알기 때문에, 윤석열이라면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진짜 이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모두가 그랬죠.
그런데 진짜 계엄이 내려졌다는 것을 알고…. 멘탈이 나갔습니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이 이후로 지금까지, 매일이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었습니다. 블록 일기도, 작업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계엄은 막았지만, 그는 그래도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고, 충분히 전시계엄도 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아내한테 일단 서울로 가서 처가집에 있으라고 말했을 정도 였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강원도 고성, 북한과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그 불안이 더 컸습니다. 게다가 원래는 북한을 자극해서 전시계엄을 하려고 하다가 그게 안되서 이런 비상계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니 더 무서웠습니다.
그나마 이제는 다시 힘을 찾고,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때라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천은 12.3일 밤 국회의사당을 수호한 시민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것이, 정말 많은 분들의 ‘피’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교과서, 책에서만 배우고, 또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이 외우던 문장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만약 12.3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요? 물론 어떻게도 대부분은 살아갈겁니다. 하지만 정말 무력하고, 무기력해지고, 나라의 동력도 서서히 꺼질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이 실패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 순간에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국회의사당으로 모인 시민들의 힘이 었을 것입니다. 그 추운날에,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1980년 광주가 펼쳐질 수도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도 그 곳에 모여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준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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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의 어느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팀의 한 선배가 울고 있었습니다.
“차장님, 무슨 일 있어요? 왜 울어요?”
“….;;; 박근혜가 어떻게 대통령이 돼….”
그 전날은 대선이었고,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 저에게 대선은 그냥 휴일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부끄럽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정치에 관심이 안 갖는게 쿨한 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다고 울고 있는 선배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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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3년 3월에 이직을 했는데, 이직 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한 작업은 삼성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 였습니다. 그 광고는 박근혜 취임식날 조중동을 비롯해 대부분의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그런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4월 16일 이었습니다. 팽목항의 바다에서 꽃다운 아이들과 죄없는 사람들이 그 추운 바다에 잠겨가고 있을 때, 그들을 구하고 진두지휘해야할 대통령이란 작자가 7시간동안 행방불명되고, 나타나서는 한다는 말이 ‘구명조끼느……’….
그 때 우리 정치는 사라졌습니다. 컨트롤 센터는 엉망이 되고, 언론은 오보와 눈가림을 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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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느꼈습니다. 정치는 공기와 같다는 것을. 평소 우리 삶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중요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지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더욱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잘못된 정치는 우리를 서서히 진공상태의 유리병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알아서 걸어서 그 유리병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공기는 사라지고 우리는 점점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이것을 고대 그리스 아테네 사람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공동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은 없이 오직 자신들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idiot이었던 겁니다. 이 일주일동안 우리는 절절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