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블록 숫자에 너무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저 역시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집중 블록 수를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그 숫자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됩니다. 얼마나 제대로 집중했는지보다 숫자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대부분 집중 블록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숫자에만 몰두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도 억지로 블록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결국 숫자는 넘겼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 집중 만족감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숫자가 주는 프레임 때문입니다. 우리는 숫자를 목표로 보면 무조건 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00m 달리기 목표가 10초라면, 무조건 그 시간을 넘기는 데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우리 뇌는 목표가 제시되면 그것을 달성하려고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이 목표 의식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좋겠지만, 정반대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매일 집중 블록 목표는 달성했지만 만족감은 떨어졌습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기대한 집중도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집중의 품질이 떨어진 것입니다.
집중 블록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집중의 품질입니다. 이 품질은 오직 본인만이 알 수 있습니다.
품질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도, 반대로 너무 낮게 잡아도 안 됩니다. 적당하지만 약간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중의 품질과 블록 숫자의 균형입니다. 저는 블록 플래너를 꾸준히 쓰고 리뷰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저만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목표로 하는 집중 블록은 하루 9블록입니다. 주간 목표는 45블록입니다. 수요일과 일요일은 휴식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하루 12~15블록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12블록이면 6시간, 15블록이면 7시간 30분입니다. 일반적인 업무 시간을 채우기도 쉽지 않은데, 오직 집중만으로 이 시간을 달성한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너무 거대한 목표는 오히려 뇌를 꺾어버립니다. 이때 뇌는 두 가지 회피 반응을 보입니다.
첫째, 아예 포기해 버립니다.
둘째, 목표의 품질을 낮추어 버립니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시간조차도 억지로 블록으로 체크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숫자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합니다. 만족도는 떨어지고, 자기 불신이 쌓입니다. 저 역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집중 블록 수는 어디까지나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해야 할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수십 배, 수백 배 더 중요합니다. 목표를 완수할 수 있다면 집중 블록 수를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집중 블록 수는 도구일 뿐이고 핵심은 집중의 품질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저는 하루 목표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조금 어렵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하루 8시간 업무 중 절반인 4시간 30분, 즉 9블록입니다. 사실 일반인이 하루 4시간을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회의와 외근만으로도 절반 이상이 소모됩니다. 저 역시 회사에 다닐 때는 그랬습니다. 지금은 혼자 일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입니다. 이전에 7시간을 목표로 했던 것은 무리였습니다.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는 목표가 가장 좋습니다. 저에게 하루 4시간은 딱 적당한 목표였습니다. 이 정도면 집중의 품질을 잃지 않고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블록 플래너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없는 시간을 만드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