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목표했던 업무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퇴근했다.
불안한 감정이 머릿속을 나와 안개가 되어
택시 창 밖으로 흐른다.
안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재즈가수 엘라 피츠제럴드의 <Misty>를 선곡했다. <Misty>는 사랑에 빠져 안갯속을 방황하는 듯한 감정을 표현한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안개에 둘러싸인 듯한 기분이 들고, 상대방이 건넨 인사말이 수 천대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엘라 피츠제럴드는 사랑에 빠져 무력해진 자신의 불안함을 노래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냥 행복하게만 들린다. 불안함도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멀리 떠 있는 구름을 보면 아름답지만
막상 구름에 닿으면 안개가 되어 버린다.
안개 같았던 오늘도
먼 훗날 돌아본다면 아름다웠던 날이 될까.
아니기만 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