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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레기를쓰자 Nov 23. 2018

책 감상: 바른 마음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내가 <바른 마음>이라는 책을 처음 집어든 이유는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란 한 문장 때문이었다. 평소에 이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해봤지만 내가 나 아닌 타인에 행동/생각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언제나 모호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689페이지 짜리 책이라 하더라도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염려와는 달리 이 책은 나한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책의 구성은 체계적이고, 소개하는 이론들과 그 이론을 반박하면서 제시되는 논리들은 지적이고, 그 과정에 등장하는 실험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쉽게 술술 읽힌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건 의외로 쉽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말미엔 친절하게도 핵심 내용이 2~4페이지로 요약되어 있다. 그리고 네 개의 장이 묶여 크게 1, 2, 3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의 부를 대표하는 도덕심리학의 핵심 원칙을 역시 한 문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1부에서 저자가 꺼내놓은 도덕심리학의 첫 번째 원칙은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다"라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엔 이런 문장이 있다. '만일 우리가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눈 안에 든 들보부터 빼내지 않으면 안된다.' 즉, 우리가 어떤 식으로 분열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우선 내가 어떻게 타인, 사회, 세상을 바라보고(생각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게 각인될 하나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엄청난 덩치의 코끼리와 그 위에 올라탄 작은 기수의 모습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도덕적 직관(코끼리)에 의해 대부분 결정되고 이성적 추론 능력(기수)은 그 결정을 사후에 합리화하고 정당화 하는데에 쓰인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도 일종의 인지과정이고 이런 순식간의 직관적 인상이 사실상 내 판단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직관주의"는 '평소에 이성적인 편' 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회적 직관주의자 모델을 보면 드물지만 때로는 나 혹은 타인의 추론이 새로운 직관을 불러일으키는 경로가 있는데, 이 점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합리적이고 호의적인 추론을 통해 직관으로 가는 길을 크게 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됐다. 


2부에서 제시하는 두 번째 원칙은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이다. 

즉, 1부에서 소개한 것 처럼 도덕심리학에서 일어나는 행위는 대체로 직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2부에서는 그렇다면 이런 직관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2부에서는 도덕성을 여섯 가지 미각에 비유한다. 즉, 도덕성이란 공리주의나 의무론과 같이 '한 가지 수용체'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 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바른 마음의 여섯 가지 미각 수용체는 배려, 자유, 공평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이다. 인간은 이러한 도덕성 기반을 선천적으로 "경험 이전의 구조화"하여 가지고 있고 이는 개개인이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장하는 동안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각각의 도덕성 기반들이 개인의 정치색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띄는데, 좌파는 배려, 자유, 공평성 기반에 주로 기대는 반면 우파는 여섯 가지 기반을 모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은 나한테 형성된, 혹은 내가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도덕 매트릭스 안에서의 판단일 뿐이다. 나와는 다른 도덕 매트릭스가 형성된 사람을 이해하려면 나만의 도덕 매트릭스에 갖혀있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우리는 보다 유연해 질 필요가 있다. 나와 옳음의 기준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악으로 쉽게 치부해 버리면 안된다. 다르다는 건 틀리다는 것 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는 도덕심리학의 세 번째 원칙을 제시한다. 

3부의 시작은 다윈의 집단 선택 이론, 그리고 이를 반론하는 무임승차자 문제, 그리고 최근 들어 다시 대두되는 다차원 선택(집단 선택이 포함된)에 대해 소개한다. 다차원 선택은 인간은 왜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이집단적인지를 설명하는 이유가 된다. 

3부에서 인간에게 있는 이집단성에 대해 집중하는데, 이러한 이집단성의 강력한 증거로써는 개인의 이익을 초월하여 자아를 잊고 자신보다 커다란 무엇에 빠져드는 능력인 군집 스위치를 제시한다. 그리고 3부의 마지막 두 장에서는 도덕 심리학을 열쇠로 각각 종교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를 바라볼 때 초자연적 동인에 대한 일련의 믿음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차원 선택에 뒤따르는 것으로써 소속감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실제로 초창기 인간들은 신을 이용해 구성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끌어 낼 수 있었다는 점을 들고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정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유전자가 개인의 정치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동양의 음양이론을 끌어들여 진보와 보수를 음과 양의 관계로 비유하였다. 진보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 사회적 보수주의자의 각각의 주장에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옳은 대목들을 소개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한 문장으로 줄여보면 "어차피 부대끼면서 같이 살아야 하는 세상,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게 노력해보자." 일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나의 바른 마음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인지하고(1부), 나의 옳음이 절대적인 옳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2부), 도덕에 눈이 멀어 편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의 좋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3부)고 조너선 하이트는 이야기한다.  

<바른 마음>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고, 다른 이들의 옮음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좀 더 유연해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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