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밧 Aug 09. 2020

나는 오늘도 모험을 떠난다

인도에서 남극까지, 여행의 시작과 끝

 

카라코람, 힌두쿠시, 파미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한다. 오지를 찾는 여행자들이 마지막에 이르게 되는 곳이다. 낯선 곳에서 예상을 벗어난 상황을 만날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모험은 언제나 나를 자극해왔다. 두려움은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위기의 순간 그들을 만난다. 영화속 주인공을 빛내주는 조연들이 있다. 긴 여정의 끝. 길 위의 그리움이 남는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는 신들이 거처하는 성지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힌두의 성지. 바라나시 강물이 시작되는 곳이다. 6,000M 고봉들이 즐비한 협곡의 마을은 연중 순례자들로 가득찬다. ‘파괴의 신 쉬바’가 거쳐하는 쉬블링(6,543M)에서 성자를 만났다. 돌 움막에서 3년 동안 묵언수행 중이었다.

      

“나에게 인도 이름을 줄 수 있나요?” 

성자는 “라자(힌디어로 왕)가 어떤가?” 라고 말했다.

“난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나에게 파르밧이란 이름을 주었다. 


파르밧은 산이다. 히말라야를 관장하는 여신 파르바티에서 유래한다. 인도를 시작으로 여행자의 삶이 시작되었다. 대학산악부에서 산을 배웠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심해잠수사로 바다를 경험했다. 오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길을 걷는 트레킹이 업이 되었다. 엉킨 실타래지만 풀어내면 산, 바다, 여행은 하나로 연결된 모험이었다. 모험의 끝에 남극 장보고기지 탐사대원으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 쉬바신이 거쳐하는 성산 쉬블링(6,543m) 움막에서 수행중인 성자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    

 

티베트 카일라스 코라에서 1,200km를 오체투지하던 여인

히말라야 5,000m 설산 고원을 슬리퍼 하나로 넘는 포터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의 소소한 순간들      


황량한 티벳고원. 4,000m 이상의 나무하나 없는 메마른 땅이다.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는카일라스. 삶과 죽음의 경계 돌마패스를 오체투지로 넘는다. 9년 동안 3보1배를 행하던 살아있는 부처를 보았다. 새카맣게 타들어간 얼굴, 꽁꽁 얼어붙은 손. 여인의 눈은 행복한 빛을 내고 있었다. 종교를 넘는 성스러운 행위이다. 마음에 깃든 평화에 합장을 한다. 

    


▲  카일라스 성산을 돌며 넘게 되는 가장 높은 고개 돌마패스(5,630m)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 마음속에 꿈꾸던 등반이었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캠프에 도달했다. 세차게 몰아치는 눈보라가 매정하다. 고립된 텐트 안에서 사투의 시간만 흐른다. 떨어진 식량과 고산증세의 괴로움. ‘그래 여기까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베이스 캠프까지 하산을 했다. 데날리 산의 레인저 리사(Lisa)는 정상에 몇 번을 올랐다.     


“등반하는게 두렵지 않아?” 그녀에게 물었다

“데날리 정상의 신선한 공기가 너무 좋아요”

“내가 다시 오르는 이유죠!”      

왜 오르는 것일까? 내겐 실패한 등반이지만 삶의 큰 방향이 되었다.

     


▲ 북미 최고봉 데날리 정상을 향해 등반중인 파르밧



삶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남극은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다하얀 빙원. 눈폭풍 블리자드. 혹독한 환경에 살아가는 펭귄들.... 장보고기지 탐사대원으로 극지에서 생활했다. 다국적 대원들과 함께 보낸 남극에서의 일상. 제자리로 돌아온 지금 여운이 오래 남는다. 때묻지 않은 신선한 공기가 그립다.  

    

방향 감각을 잃었다. 바람과 추위 때문에 판단이 흐려진다. ‘잘 가고 있는 걸까?’ 뒤따르는 발자욱을 보니 비뚤비뚤하다. 목적지와 한참을 벗어났다. 막막한 순간이다. 눈 위에 누워 하늘을 본다. 거친 호흡소리를 듣는다. 히말라야, 여행, 남극에서.... 내 젊음의 모험들이 떠오른다. 아려오는 손을 녹이며 따뜻한 차 한잔에 감사한다. ’지금 여기‘ 남극은 오감을 자극하는 곳이다 남극의 바람을 맞고 있는 지금. ‘난 행복한거 맞지?’      


몸을 얼어버릴 만큼의 바람이 분다. '뽀드득 뽀드륵‘ 눈 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린다. 온몸의 감각기관이 작동한다. 세상과 떨어져 혼자 된다는 것. 한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한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삶의 카타르시스다.      



▲ 남극에서 가장 큰 황제펭귄
▲ 남극 내륙 빙원에서 발견한 운석,  지구 생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자료가 된다



한파가 휘몰고 간 다음 펭귄마을을 찾았다. 생존의 갈림길이다, 매섭게 공격하던 스쿠아(남극 도둑갈매기) 새들도 조용하다. 눈을 껌뻑이며 응시할 뿐 움직임이 없다. ‘혹독한 날씨를 피해가지 못했구나!’ 혹독한 환경속에서 순환하는 생명들. 먹고 먹히는 처절함 속에서 삶과 죽음은 하나이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생태계는 유지된다. 바위에 몸을 숨기는 일. 먹이를 삼켜 몸 안에 보관하는 법. 계절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생존의 시간을 넘어 기억할 것이다. 몸이 느끼는 어미새의 DNA를.


‘꼭 이겨내야 해’ 시간은 지나갈 거야. 험한 계절의 끝에 푸른 하늘을 날고 있기를‘     



▲ 남극의 새 스쿠아(도둑 갈매기) 



여행은 바이러스다소리 없이 다가와 몸을 상하게 한다. 약한 육체의 구석구석을 탐하며 머문다.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만 흔적은 오래 남는다. 언제나 현재형일 듯 했던 여정들이 아득하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성자는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진정한 여행 중에서 (나짐 히크메트)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 걷는다고 했다. 마음의 짐은 내려놓지 못했다. 양말 한쪽, 충전기, 새로 산 얇은 패딩. 배낭안의 물건들은 발이 달렸는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걷는데 문제는 없다. 마지막 오세이브로 고개를 넘는다. 밤새 함박눈이 내렸다. 신발은 젖어버렸다. 시린 발을 어루만진다. 몸은 지치고 힘든데 행복한건 왜일까?     



▲  당신의  여행은 무엇인가요? 동행



‘높이 오르면 세상이 보일까?’ 산을 오르기 위해 애썼다. 수직으로의 열정은 수평의 세계로. 여행자의 삶으로 바뀌었다. 여행이 내게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세상을 보고 걸으며 인생을 배웠다. 코로나 시간을 맞이했다. 여행자의 시간이 일시정지 되었다. 떠남과 머무름의 경계가 없음을 느낄 때 진정한 여행의 고수다. 행복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진행형이다. 여행자의 시간은 음율과 같다. 빠르게, 느리게.... 쉼표 앞에서는 숨을 고른다. 인도에서 남극까지, 모험의 연속이었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경험들은 큰 축복이었다. 여행의 끝은 없으며 모험의 한계도 없다. 모처럼 강원도 바우길을 찾았다. 자연 곁에서 행복감도 높아진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 티벳 고원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가장 높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8848m) 이다


한 여행자가 걷고 있다머리부터 허리까지 오는 큰 배낭을 메고 있다실크로드 사막의 타는 목마름눈보라 속 파미르 고원을 넘는다파르밧너의 여행은 무엇이니삶의 특별한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사진 김진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