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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Feb 14. 2023

파미르, 멈춰진 시간 속으로

[파르밧 모험여행 |파미르] 은둔의 실크로드, 사람과 자연을 잇는 길



중앙아시아 고원을 넘는 1200km 하늘 길. 파미르 하이웨이
은둔의 실크로드 아프가니스탄 & 이시카심
느린 시간의 행복 오아시스 ‘무르갑’
천국의 쉼터를 가르다 ‘와칸밸리’



하늘 호수에 숨겨둔 보물... 알라콜 호수




삶의 한가운데 한 번은 파미르를 걷고 싶었다. 여행을 마치고도 영상이 오래 남는다. 메마른 고원의 만년 설산, 하늘을 머금은 눈부신 호수, 캄캄한 밤 집으로 향하는 양 떼들을 수많은 별들이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파미르! 세상에 열린 마음의 여행자들이 오면 좋을 곳이다. 이방인들에 의해 사람들의 순수가 변하지 않기를. 타는 목마름, 눈보라 몰아치는 고원에서 나를 만난다.


자연이 만들어낸 숨은 행성에서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나만의 소혹성에서 순수를 만나다. 키르기스스탄 스카즈카 캐년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은 평균 6,000m 이상의 텐샨, 카라코람, 힌두쿠시까지 유라시의 산군을 잇는 고원지대이다.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 속에 다양한 민족들이 공존한다.


파미르를 가르는 1200km 하늘 길, M41 


고대 실크로드의 주요 무역로였던 파미르 하이웨이는 소련의 전략적 군사도로이다. 영국과 중앙아시아에서의 패권 경쟁(그레이트 게임 : 1813 -1907년)으로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국경이 형성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오쉬에서 타지키스탄의 두산베까지 주요 도시를 연결하며 M41길로 불린다.



파미르 하이웨이 고원을 달리는 차량


3,000년 역사의 오쉬는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이다. '2019년 투르크 세계의 문화수도(Culture capital od the Turkic World)'로 지정되었다.


과일 조각 아티스트. 수박이 그녀의 손에서 멋진 예술품으로 바뀐다.  오쉬를 벗어나면 풀 한 포기 없는 흙산이다. 고원과 협곡을 넘나드는 길이기에 베테랑 운전 실력자만 가능하다. 4,0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으며 고소병에도 노출된다.




실크로드 역사의 고도 오쉬(Osh)
거리의 아티스트


만년 설산과 고원의 초원, 툴파쿨(Tulpakul) 호수 주변에 유목민 캠프(유르트)가 있다. 큰 호수와 빙하 계곡이 펼쳐진다. 새벽 추위 때문에 몇 번을 뒤척였다. 아침 공기가 신선하다. 언덕에 올라 구소련 최고봉 레닌봉(7,128m)을 조망한다. 4,130m 베이스캠프까지 5시간 정도 트래킹이 가능하다. 설산과 빙하. 호수의 어울림! 무아의 세계에 빠져든다.



툴파쿨 호수의 유르트 캠프 7,134M 레닝봉. 타지키스탄에서는 이븐시나봉이라 불린다


4,300m 차량이 멈췄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이 있는 키질아트 패스(Kyzyl Art Pass 4,298m)를 넘어 남쪽으로 향한다. 황량하다. 엔진 과열 때문인지 시동이 꺼지고 연기가 난다. 사막의 고개 마루, 어둠이 내려 주위는 캄캄하고 기온이 떨어진다. 무엇하나 해결할 수 없을 때 여행자의 시간은 다시 플레이된다.


국경수비대의 도움으로 무사히 카라쿨 마을에 도착했다. 주인아주머니가 난로에 불을 지펴주셨다. 온기가 금방 퍼진다. 대접할 것이 부족해 미안하다고 하신다. 감자와 비스킷, 따뜻한 홍차는 세상 행복이 별것 아님을 느끼게 한다. 



카라쿨 홈스테이 일행과 함께



파미르 하이웨이에서 가장 높은 악바이탈(Ak-Baital Pass 4,655m) 고개를 넘는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수분을 자주 섭취해 주어야 한다. 포장된 도로를 시원스레 달린다. 길의 끝자락에 만년 설산이 있다. 반대편에서 자전거로 넘어온 커플이다. 고행의 끝에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무글갑까지 내리막이다. 멋진 풍광들은 사진기 뷰파인더에 담기 모자라다. 차에서 내려 긴 호흡으로 마음에 담아야 한다.


무르갑은 파미르 교차로이다. 고산 증세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중국과 국경을 연결하는 물류의 요지이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상점들이 모여 이색적인 바자르(시장)가 형성되었다.



행복 오아시스 마을, 무르갑(3,486m)


은둔의 실크로드 아프가니스탄 & 이시카심 


파미르의 심장 와칸밸리로 들어간다. 와칸을 두 갈래로 흐르던 강은 란가르에서 판지강으로 합쳐저 넓은 평원이 된다. 물이 많은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감자와 밀이 주요 작물이다. 시원스러운 침엽수림의 나무들이 마을을 덮었다. 풍부한 수림과, 호수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푸르다. 그 안에 하늘이 담겨 있다. 여행자들은 비자 외에 파미르 퍼밋(GBAO)이 있어야 한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중국,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와칸밸리 유일한 불교 유산, 브랑 스투파, 강 건너가 아프가니스탄이다



야크 떼가 길을 막았다. 성난 황소 같은 뿔에 덩치가 산 만한 녀석들이다. 차량은 안중에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누가 먼저 비켜서는지 기싸움이라도 할 모양새다. 난감한 상황의 해결사가 나타났다. 목동이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휘~익’ 휘슬을 분다. 꿈쩍 않던 녀석들이 일사불란하다. 

이시카심은 아프가니스탄과 접한 국경마을이다.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 왕래가 가능하다. 매주 토요일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사람들이 모여 큰 바자르(시장)가 열린다. 강을 따라 협곡 속을 달린다. 군인과 경찰 검문소를 수시로 만난다. 하늘과 닿은 힌두쿠시 산맥은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순간 이동으로 화성에 온듯하다.



야크의 이동
와칸계곡의 강력한 방어기지. 얌춘(Yamchun fort)



해발 3000m, 판지(panj) 강 협곡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요새다. 현재는 상부 흔적이 남아 있다. 실크로드의 물류, 대상들의 이동을 보호하고 통제역할을 했던 기지이다. 알리츄(Alichur)는 모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오아시스 마을, 호수에 물고기가 떼로 몰려있다. 낙타로 오가던 길은 트럭들이 물자를 수송한다.



알리츄 호수


고원의 아이들



산 위에서 떨어지는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곳곳에 산사태 흔적들이 보인다. 탱크가 도로를 막았다. 사고가 났다 컨테이너 트럭이 협곡의 난간을 넘어 계곡으로 추락했다. 군인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오쉬에서 두산베까지 8일 동안 안전한 여행을 함께한 동행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여행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느끼며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배운다



매일 반복적으로 듣는 타지키스탄 전통 음악이 익숙해졌다. 때론 빠르게, 웅장하게. 파미르의 시간이 스쳐간다. 드라이버(K)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눈 덮인 설원. 체인을 감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배운다. 



글. 사진 김진홍(파르밧) 




Travel Info  

여행 시즌 : 6월 ~ 9월
항공 : 카자흐스탄(알마티) 또는 타지키스탄(두산베) 입국
비자 : 카자흐스탄(무비자 30일), 키르기스스탄(무비자 60일)
타지키스탄 전자비자 및 파미르 퍼밋(GBAO Permit) 발급(www.evisa.tj)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권고 사항 필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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