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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Oct 02. 2024

두 번째 이름


얼마 전 휴대폰에 앱 정보가 떴다. ‘하나마나’라는  앱이었다.  '이름이 ‘뭐 이래?’라고 생각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나금융그룹에서 운영하는 통합 멤버십 앱 ‘하나머니’였다. 나는 재밌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피식 웃었다. 앱 이름을 결정한 부서에서는 이런 착각의 가능성을 예측했을까?  오히려 홍보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성함은 어○○이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많지 않지만, 한 가지 일이 기억다. 어느 날에 선생님이 하신 얘기다. 선생님은 아들을 낳고 이름을 지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으면 안 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랜 생각 끝에 지은 이름은 '진호'였다.  이 정도라면 이름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들이 7세가 되었을 때다. 어느 날 태권도장을 갔다 온 아들이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애들이 오징어라고 놀려요.”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의 이름은 100% 부모가 결정한다. 대다수는 그 이름에 만족하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소중히 여긴다. 반면에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이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이름이 따로 있기 때문이기다. 결국 법적 절차를 거쳐 이름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변하고 있는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기 어렵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도 필요하고 자신이 지은 이름도 필요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외에 다른 이름을 사용해 왔다. 필요에 따라 본명 대신에 호(呼), 필명, 별명, 태명 등을 지어 불렀다. 다수 연예인이 가명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SNS에서 대부분 닉네임을 쓰고 있다. 그러고 보면 당장 자신의 두 번째 이름을 짓고 사용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름이 평범한 것에 약간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나는 두 번째 이름을 지었다. 고민 끝에 아예 성까지 바꾸었다. 흔히 성씨로 특징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성씨의 생성 유래를 알고 보면 성씨에  따른 고유한 특성이 있을 수 없다. 내가 새로 지은 나의 이름은 ‘나생달’이다. ‘나는 생각이 달라.’의 약자이다. 이 말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름은 자기의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이름은  다시 자기 삶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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