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구독 서비스 술담화를 통해 알게된 전통주의 세계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부어라마셔라하는 음주생활을 즐겼다. 뭔가 취할만큼 먹지 않으면 술을 왜 먹냐는 생각을 했었고, 그러다보니 돈이 넉넉히 않은 대학교때는 주로 가성비(돈 들인 것 대비 빨리 취하는....) 소맥을 즐겼다. 다음날이면 속이 뒤집어지고,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지도 어느덧 10년째. 똑같은 레파토리를 반복중이다.
30대가 되니 속이 뒤집혀질만큼 술을 먹은 다음날이면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지 않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체력회복도 더디다보니 하루가 날아가기도 했다. 술은 차마 끊지 못하겠고, 이왕이면 좀 건전한 음주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술담화’를 알게되었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매월 컨셉에 맞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주들을 큐레이션하여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주로 전통주에 익숙하지 않은 2030세대, mz세대를 타겟으로 ‘소비자’들에게는 다채로운 술을 경험하게 해주고, 품질좋지만 빛을 보고 있지 못한 수많은 전통주들을 수면위로 올려 ‘생산자’들의 판매통로를 개척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는 아주 매력적인 ‘술’ 플랫폼이라 생각하여 망설임없이 첫 달 구독을 시작했다.
https://www.sooldamhwa.com/
사실 술담화를 구독하기 전까지만해도, 전통주는 차례상에 올리는 법주처럼 맛없는 옛날술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일단 전통주에 대해 무지했고, 전통주를 생산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무지한 탓에 뭔가 와인과는 다르게 폼나지 않는 고리타분한 술이라 생각했었다. 다행인건 술담화 덕분에 이 편견을 제대로 깼다. 우리나라엔 약 2000종류의 다채로운 전통주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맛, 디자인, 마케팅 과정도 모두 점점 다채로워 지고 있다. 청와대 만찬주라고 불리는 ‘복순도가’처럼 격식을 차려야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 전통주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한다. 20년 5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1년간 직접 ‘내돈내산’으로 경험해본 술담화의 장점을 솔직하게 적어본다.
매월 담화박스안에 이달의 술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적힌 카드가 동봉되어 있다. 백과사전에서 검색해서 ctrl+c ctrl+v한게 아니라, 진짜 소비자의 관점에서 궁금한 부분이 무엇일 지 고민한 흔적이 큐레이션 카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안주페어링’을 제일 앞부분에 배치한점이 좋았다. 보통 ‘깡소주’를 즐기지 않는 이상, 술과 함께 곁들이는 안주가 중요한데, 술담화는 이 부분을 잘 캐치하여 잘 어울리는 추천안주를 친절히 설명해준다. 이 외에도 종종 ‘담화피디아’라는 카드를 넣어 전통주에 한발짝 한발짝씩 다가 갈 수 있도록 짤막한 지식을 안내해준다. 처음 구독했을땐 전통주 칵테일 제조법이 적힌 카드가 동봉되어 왔는데, 덕분에 홈칵테일 세트도 구매했다 (두어번 쓴 뒤 먼지가 쌓이고 있는건 비밀..)
매월 주제에 맞춰 어울리는 술을 적절히 큐레이션해준다. 봄이오면 과일이 들어간 상큼한 술들을, 추운 겨울엔 몸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 증류주를, 연말에는 보기만해도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전통주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보내준다. 요즘같은 정보과잉 시대에서 적절한 ‘큐레이션’은 소비자들의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데, 술담화는 ‘술 큐레이터’의 대표주자로 손꼽는다.
애주가의 입장에서 술담화가 제일 좋은 점은 ‘다채로운 술’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술을 만든 양조장을 검색하고 한번더 들여다보게 된다.지난번 충남 공주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근처를 지나며 술담화를 통해 알게 된 ‘사곡 양조원’ 에 방문했었던 적이 있다. 밤으로 만든 술을 맛보았던 적이 있어서,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이 들었다.
앞으로 술담화는 꾸준히 구독할 생각이다. 부어라 마셔라 취하지 말고, 맛있는 전통주를 알아가며 ‘슬기로운 음주생활’을 누리기에 매우 적합한 구독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채로움 속에서 내 취향을 찾아가고, 자연스럽게 ‘부어라마셔라’하는 음주 습관에서 벗어나 ‘좋은 술’을 맛있게 먹는 법을 알아갈 수 있다. 1년쯤 구독하다보니, 내 취향에 맞는 술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내 몸에 맞지 않는 술은 자연스레 멀리할 수있는 장점도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