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름 Oct 25. 2018

And I'll call you by mine 3

영화 'Call me by your name'에 대한 감상

 'Because I wanted you to know..'

 2018년 4월 21일


“최근에 제가 처음 구입한 이 책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주석을 많이 단 단락이 끝부분에 나오는 펄먼 씨의 연설이었다는 걸 알고는 행복했어요. 늘 제게 가장 많은 공감을 주는 순간은 펄먼 씨가 네가 그것을 알기 전에  마음은 닳아버린단다그리고 아무도 우리 몸을 쳐다보지 않는 순간이  거야가까이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훨씬  적어지지.’ 거기에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줄을 그었더군요. 그리고 지금도 그 문장들은 소름 끼칩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잃어버린 사랑 때문이든부모님의 죽음 때문이든 슬플  기분이 엉망진창이라면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리고 그런 슬픔의 최절정에서 자책이라는 짐을 더할 필요는 없어요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긴 하지만요그러나 그것은 자기를 혐오하는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죠 세대 말입니다그리고 그것은 제가 평생 지니려고 했던 것이기도 해요영화 장면을 찍을 때 저는 다른 사람의 대사도 외우는 걸 좋아합니다. 그냥 리듬을 알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 연설은 방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티미, 그냥 들어, 그냥 들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펄먼 씨의 대사로 시작했어요. 그러나 그들이 그 장면에서 저를 이용한 부분, 그것을 보는 건 늘 감동적입니다. 처음엔 그를 보고 그 후엔 저와의 상호작용을 봅니다. 그 연설을 들으면서 캐릭터에 충실해. ‘엘리오가 돼, 엘리오가 돼, 엘리오가 돼’라고 생각하던 게 기억나니까요. 그러나 제 뇌의 어떤 부분은 ‘티미, 제길 이 남자의 말을 들어. 이 문장들을 들어. 그걸 네 뇌 속으로 가져와’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가식적으로 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당신과 있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이긴 하지만 젊은 배우라는 위치나 ‘커져가는 성공’에 지치는 것은 아주 쉽고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하자면 예술이 자애로운 힘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그것은 예술이 저를 도왔던 순간이에요. 영화라는 예술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킨 순간이죠."

보그 인터뷰 전문


 무언가를 깊이 애정 하게 되면 많은 말이 끓어오름과 동시에, 쉽고 간단히 판단하기 싫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마음. 영화를 보고 많은 말을 하고 글도 썼지만, 뱉은 말이 정말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지 아니면 아예 하지 않은 편이 나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이 영화가 한 편에서 퀴어영화나 게이영화로 불리는 게 싫었다. 동성 간의 로맨스가 그저 게이영화로 규정지어지는 게 싫었다. 하지만 동시에 몇몇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설명할 때 퀴어영화라고 설명하는 모순된 내가 있었다. 누가 말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자기감정에 빠진 사람이나 아는 척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겁이 났다. 그러고는 '사실 나는 로맨스나 성장영화라고 생각해. 아니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영화야'라고 고쳐 말한다. 나는 아직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왜 나는 내 말에 두려움을 느끼는가? 책임감이 아니라 두려움 말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무서운 걸까? 말과 글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니까?... 모순덩어리라면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


 - 인터뷰를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그중 느낀 건 티모시가 ‘예술은 스크린에 있는 게 아니라 관객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며 이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판단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아직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이 끝나지 않았다.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원작을 읽는 중이니 하고 싶은 말이 더 늘어날 수도, 싫은 기억이 떠올라서 그건 쏙 빼고 다시 글을 쓸 수도 있겠지. 보그 인터뷰에서 제일 인상 깊게 읽은 티모시의 말과, 이 영화의 큰 주제를 다시 마음에 새기고 싶다. 내가 느낀 감정을 외면하지 말 것. 자책하지 말기. 자기혐오를 하는 세대에서 어떻게든 자기혐오를 그만두기. 그리고 나를 드러내기. 아닌 척하지 말기...


 영화 속의 엘리오와 소설 속의 엘리오가 완전 다른 느낌으로 사랑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And I'll call you by mine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