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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샐리 Jul 12. 2020

언제 멈출지 모르는 두려움이 다른 인생을 살게 했다.

-실패라고 생각한 시기가 오히려 기회였다.

왜 나였을까?...언제쯤 활짝 핀 인생을 살까?


성공과 실패가 공존 하는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나의 20대는 성공보다는 실패와 두려움이 가득했던 시기었다. 10대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3을 수술과 함께한 난 사실 수술을 받기까진 괜찮을 줄 알았다. 자궁에 15cm 혹이 생겨 수술을 했던 난 하필 인생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는 고3 시작을 앞두고 일어났다. 고3 개학을 한 달 앞둔 2월에 급작스럽게 수술을 했지만, 수술만 끝나면 금방 학교생활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수술을 위해 받은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게 나왔고, 병원에서는 항암주사 3번 맞을 것을 권했다. 


사실 무서웠다. 항암주사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고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수술은 그렇다 쳐도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 때문에 항암주사를 맞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냥 이 경험을 피하고 싶었다고 하는게 맞을 거다. 그럼에도 아직 어린 나였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결국 3번의 항암주사를 맞았다. 다행이도 희석을 해서 최대한 약하게 맞은 항암주사였지만, 죽는게 나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에는 링겔주사 맞듯이 맞는 거라 이렇게 아플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다 맞고 나서 1주일..하루 종일 배 멀미의 100배 느낌을 고스란히 다 경험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3번의 항암주사가 끝나니 나의 고3 생활 또한 거의 절반이 끝나 있었다.


모든게 끝나고 돌아간 고3 생활은 대학생활의 기대보다는 과연 내가 대학을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수능을 보고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는 나의 상황으로 인해 원하지 않은 대학교를 갔고, 그렇게 나의 20대..기대 없는 생활을 했다. 내 인생 시나리오에 없던 일이 생기니 20대의 시작조차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고, 원하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은 남을 따라 살기에 바쁜 나였다. 시작부터 벌어진 나의 20대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꽤나 힘들었고, 지난 10대의 인생이 실패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했다.


나의 대학생활은 학교생활보다는 대외활동에 더 관심이 많았다. 원하지 않은 학교다 보니 학교생활엔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실패한 19살 생활과 스무 살의 시작을 어떻게 하면 만회할 수 있을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기 보다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찾으려고 했다. 우린 보여주기 식 인생에 익숙하다 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를 모른 채 남을 따라 포장된 인생을 살아간다. 사실 19살이 되던 해에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에요?’ 라고 물으면 명확하게 ‘제 꿈은 이거에요.’ 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 하는게 아닌 남들을 따라 꿈을 정하는 나였고, 내가 원하는게 뭔지 모른 채 진짜 내가 없는 내 인생을 살았다. 스무 살만 되면 모든 걸 할 수 있고, 꿈같이 행복한 삶을 살줄 알았다. 10대의 마지막부터 어긋나 버린 20대의 내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라고 했던가?..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던 수술은 대학생활이 끝나고 취업을 할 무렵에 또 한 번의 수술을 하게 되었다. 참...무언가 해보려고 할 때, 인생에 제동이 걸리면 사람 마음이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제 취업 준비도 하고 앞으로 달려 가야할 때인데..26살에 경험한 두 번째 수술은 언제 또 내 인생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처음엔 이렇게 또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 20대의 인생마저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해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마냥 행복하고 좋을 때고, 뭐든 해볼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하는 20대지만, 나에겐 언제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산 시기었다. 두 번의 수술과 3번의 항암주사는 항상 두려움을 갖고 살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제 고작 20대일뿐이고 앞으로 살아야할 인생이 더 긴데 포기만하고 남을 따라만하고 내가 없는 내 인생을 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다 내려놓게 되니 진짜 날 보게 됐다.


첫 인생의 실패를 본 열아홉과 스무 살, 그리고 스물 여섯의 두 번째 제동은 내 인생에 큰 실패와 두려움 모두를 느끼게 했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했다.

후회와 아쉬움 또는 나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친 시간과 함께 20대의 마지막이 되어 가니 내가 죽는다면 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있었지만, 내 상황으로 인해 계속 미뤄오기만 했던 어학연수가 하지 않으면 가장 후회할 것 같았다. 20대 초, 중반에 가장 많이 간다는 어학연수를 20대 마지막 서른의 시작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가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난 딱 하나만 생각했다. 내 인생이고, 앞으로 또 언제 제동이 걸릴지 모르는데 또 미뤄서 나중에 정말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후회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20대 마지막에 난 어학연수를 떠났고, 몰타로 떠난 어학연수는 내 인생에 많은걸 느끼게 했다. 빠르게만 살았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느라 진짜 내가 없이 살았음을 느끼게 했다.


나이라는 숫자에 갇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눴던 한국에서의 생활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인생을 좁게만 보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처음으로 내가 진짜 원해서 선택한 몰타 어학연수로 인해 난 진짜 나로 살기 위한 발 돋음을 할 수 있었다. 여유롭게 살아도 되고, 진짜 나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그리고 잠시 멈춘다고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 다는 것도 말이다. 실패를 하고 제동이 걸리기도 하는게 인생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아직 난 어리고 진짜 나로 살 줄 아는 사람이 어떤 실패가 와도 두려움 없이 잘 이겨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2번의 수술과 3번의 항암주사 였을지라도 이 또한 진짜 내 인생을 살게끔 만들어준 경험이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지금의 난 그 어떠한 실패나 두려움이 와도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있기에 내가 없던 시간보다 잘 이겨내는 사람이 되었다. 내 인생에 어떠한 제동이 온다 해도 이젠 두렵지 않다. 이 또한 나에게 잠시 쉬어 가라는 의미로 여길 만큼 처음 제동을 걸려본 20대의 나와는 매우 다른 30대의 나를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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