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2] 후기
여러분들은 극장에 간다고 하면, 어떤 영화를 고르시나요? 당연히 재미있는 영화를 고르실 겁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실패하지 않을 영화를 고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 혼자 보러 간다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만약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그 사람과의 취향도 맞춰야 하니까요. 그렇기에 극장에서 선택받기 좋은 영화는 누구나 불편하지 않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범죄도시 2]가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범죄도시 1]은 재미있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왜냐하면 청불이기 때문이죠. 다소 잔인한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못 보는 분들에게는 불편할 영화가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범죄도시 2]는 그런 것을 고려하여서 15세 관람가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불편하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은 안 보고 본다면?
우선, 전작을 안 보더라도 영화를 이해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대다수의 인물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이들의 캐릭터는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전작을 보신 분들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범죄도시 1]에서는 막내로 나왔던 ‘강홍석’ 캐릭터의 서사를 알고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인물이 막내를 챙기는 모습들이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작에서 ‘강홍석’이라는 캐릭터가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고, 현재의 강력반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전작을 보신 분들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작과의 차이와 정통성
[범죄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뻔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를 다루는 여러 영화들은 범죄를 잡는 것보다는 범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경찰 혹은 검찰 내부에 범죄자와의 커넥션으로 인해서, 사회 정의를 실천하려는 주인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범죄를 잡는 것과 더불어 내부에 있는 배신자까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구도가 아주 간단합니다. 경찰은 나쁜 놈을 잡고, 범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이죠.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합니다. 더불어 주인공인 ‘마석도’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피지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범죄자와 마주쳤을 때, 주인공을 걱정하기보다는 범죄자를 걱정하게 되는 것이죠. ‘설마 죽지는 않겠지?’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과거 히어로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구조입니다. 즉, 지금의 [범죄도시]는 현실적인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2편으로 넘어오면서 ‘마석도’에게 히어로의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전 [범죄도시]에서 ‘마석도’는 여러 조폭들과 교류를 이어가는 인물이었습니다. 더 큰 범죄자를 막기 위해서, 작은 범죄자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그들을 이용해 정보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에게 접대를 받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즉, 과거의 [범죄도시]는 ‘마석도’라는 인물을 조금은 현실적인 캐릭터로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캐릭터가 2편으로 넘어오면서, 범인을 잡겠다는 신념이 더욱 강해진 인물로 묘사를 했습니다. 즉, 앞서 이야기한 히어로 영화의 면모에 조금 더 집중했다는 것이죠. 영화 스토리 또한 이전에 비해서 간단해졌습니다. 이전 여러 인물들의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주된 갈등이었다면, 2편에서는 ‘강해상’을 잡는 것 하나에 집중한 모습이죠. 이런 스탠스를 취하면서 액션과 스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100분대의 비교적 짧은 시간임에도 영화 자체가 짧게 느껴지지는 않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정리
결과적으로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액션 장면과 코믹 장면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코미디를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기기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가성비 있는 웃음을 선택한 것이죠. USB나 ‘누가 5야’, ‘장첸’에 대한 이야기까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살짝 부족한 듯하여 인간성이 느껴지는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잘 이용한 개그 포인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배우와 감독이 ‘마석도’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이런 모습이라면 이후에 시리즈가 지속되더라도 시리즈의 재미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번 영화에서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한국인 범죄자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국제수사]를 생각해보면…
사실 저는 영화에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정도의 재미만 만들어낸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말이죠. 아직 영화 안 보셨다면, 이번 기회에 극장 가셔서 꼭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