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성공보다는 실패하지 않으려는 CJ의 [베테랑 2]
극장계에서 가장 큰 대목, 여름 성수기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오펜하이머>까지 나름 관심이 갔던 영화들이 있었죠. 물론 올해에도 <파일럿>과 <데드풀과 울버린>이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다른 해에 비하면 올해는 관심도 관객수도 많이 저조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연휴인 추석에 개봉을 기다리는 한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베테랑 2>입니다. 전작인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죠. 당시 <베테랑>의 천만 관객 돌파는 상당히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2015년 여름 성수기 당시에 <암살>이 조금 일찍 개봉하면서 상당한 흥행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화제성과 관객을 선점한 <암살>이 천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을 했기에 <베테랑>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암살>이 관객수를 독점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그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암살>과 <베테랑>이 당시 관객을 양분하면서 2편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베테랑>이 더 높은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한국 박스오피 흥행 순위 7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영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이다 결말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영화계에는 입체적인 빌런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영화에서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사연이 있어서 ‘미워할 수 없는 빌런’, ‘매력적인 빌런’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속죄하거나 처벌을 받는 부분에서 영화가 소홀해 왔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베테랑>은 권선징악을 내세웠습니다. 영화 내내 여러 악행을 일삼으며, 관객들에게 조태호에 대한 분노를 축적시켰고, 이것이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는 마구잡이로 때려잡는 결말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 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무능한 경찰이 아니라 ‘진짜 열심히 일하는 경찰’이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영화의 중반부까지 재벌가 인물인 조태호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경찰 윗선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약간의 답답함을 선사하는 듯했죠. 하지만 영화 속 어떤 사건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게 됩니다. 말 그대로 판이 뒤집히는 상황을 잘 설계한 것이죠. 조태호 일당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조태호 수사에 풀가속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영화의 사이다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베테랑>이 <범죄도시>와 비슷하다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범죄도시>가 <베테랑>을 비슷하게 따라 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개봉하는 <베테랑 2>가 80%의 확률로 천만 관객을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범죄도시>와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베테랑 2>가 <범죄도시> 시리즈의 아쉬움을 채워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범죄도시> 시리즈는 모든 영화가 좋은 흥행 스코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범죄도시> 1편과 후속작의 분위기 차이가 될 것입니다. 영화 관람 등급이 달라지고, 시리즈화를 시작하면서 영화가 같고 있던 어둡고, 폭력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시리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2편까지는 전작의 분위기를 나름 잘 가져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3편부터는 코미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면서 시리즈의 색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가 가지고 있던 시원시원한 액션, 그중에서도 조금은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리얼한 액션에 대한 부분과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처단하는 사이다 서사가 조금 약해졌다는 것이죠.
특히 3,4편의 경우 영화 속 빌런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범죄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기에 몰입도에서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장첸이나 강해상, 조태호 같은 인물들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몰입하게 되어, 더 큰 분노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베테랑 2>가 천만 관객을 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 개봉 전에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영화의 빌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만 흘러가면 다른 범죄영화들과 다를 것이 없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 서도철에 의해서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하는 나쁜 범죄자가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입체적인 빌런, 매력적인 빌런으로만 끝날 수 있는 것이죠. 전작인 <베테랑>과 마찬가지로 이 빌런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선을 크게 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일말의 동정. ‘그래도 나쁜 사람을 죽인다’는 참작할 수 있는 감정까지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포인트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의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이다를 선사하는 것도 <베테랑 2>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내용적인 면과는 다른 이야기 하나만 해보려고 합니다. <베테랑 2>는 영화 개봉일을 수요일이 아닌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로 잡은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금요일 개봉을 선택한 영화들이 몇몇 있었죠.
금요일 개봉을 선택한 이유를 추측을 해보자면, 예매율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위함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가 무대인사나 쿠폰과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순간적으로 예매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다수의 개봉작 정보들이 예매율 순위로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영화를 가장 상단에 올리기 위해서는 개봉 전에 예매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베테랑 2>도 꽤나 오랜 시간 예매율 1위를 하고 있었죠. 극장 어플 들어갈 때마다 <베테랑 2>가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예매들을 수, 목요일에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에 모두 몰아넣는다면, 예매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람이 꽉 찬 예매 좌석도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상영관 확보나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도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도 또 한 가지 이유는 입소문 리스크를 줄이는 부분이라고 추측됩니다. 이전까지 영화가 수요일에 개봉한 이유는 입소문이 형성될 시간을 만들어서, 그 입소문이 주말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했었습니다. 물론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제작진들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이것이 공개되었을 때는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인지 예측이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부정적인 반응이나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슈가 퍼지기 전에 최대한 빠른 시일에 많은 관객수를 불러 모으겠다는 전략인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금요일 개봉이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특히나 최근 CJ의 영화 상황을 보면, 리스크를 줄이는 것에 더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정말 답이 없기 때문이죠.
최근 극장계는 성수기의 개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부터 추석, 설날과 같은 연휴라고 더 많은 특수를 누리지는 못하고, 오히려 성수기가 아닌 시기에 개봉한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가 천만을 기록하고 있죠. 그것을 반영한 것인지, 이번 추석에도 <베테랑 2> 말고는 주목할만한 개봉작이 없습니다. 물론 다른 배급사에서 알아서 피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죠.
이전에 칸 영화제에서 상영할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고 하는데, 과연 <베테랑 2>는 전작에 이어서 천만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